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융합형 인재'라는 말이 있다. 한 분야만을 지속적으로 파기보다는 여러분야를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문과와 이과로 나누기 보다는 양쪽의 장점을 살린 교육을 받은 이들이 미래산업을 주도한다는 얘기다.

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사진)는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일찌감치 융합형 인재에 적합한 인물이다. 문과의 톱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회계사로 일하다가, 이제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전문기업을 세우고 수출까지 넘보는 상황이 CEO가 됐으니 말이다. 특히나 의료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성과를 내면서 창업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계사에서 AI 회사 창업…"전세계로 수출 확대 목표"

송 대표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 후 2000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이후 송강회계법인을 설립해 의료기관 회계자문을 지내다가 2009년 보수적인 의료계의 업무 환경과 시스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파이낸싱·통합결제솔루션 기업 '와이즈케어'를 설립했다.

송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0년 5월 '와이즈에이아이'를 설립했다. 와이즈에이아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예약관리 및 고객 응대가 가능한 AI 고객센터 플랫폼 '쌤버스(SSAM-Verse)'를 내놨다. 쌤버스는 24시간 동안 공백없이 AI 콜, AI 홈페이지, AI 로봇 등 다양한 AI 서비스로 맞춤형 고객 응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AI 콜센터'인 셈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업무를 덜어주다보니 효율성이 높아졌다. 고객 입장에서는 평일 오전의 근무시간을 기다릴 필요없이 업무를 볼 수 있다. 이미 국내 중대형 병원에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이러한 AI콜센터 모델은 송 대표가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 당시 스리랑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그는 대형 병원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그러면서 병원에는 의료 전문성을 갖춘 의사·의료진 뿐만 아니라 이를 서포트할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더불어 이러한 인력들이 불안정한 근무형태를 갖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송 대표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의료 말고도 다양한 산업분야, 직종에서도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AI가 일정 관리와 문의 응대를 대신 처리하며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누구나 낼 수 있다"면서도 "와이즈에이아이와 같이 AI 고객센터, AI 통화비서, AI 제휴서비스 등의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구현해서 실행하는 건 예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쌤버스 이용하는 병·의원…직원도 환자도 만족도 '높아'

와이즈에이아이의 AI 시스템은 약 53억개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95.9%의 높은 답변 성공률을 자랑한다. 월 평균 1억개 이상의 의도를 학습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AI 시스템 레퍼런스를 실시간으로 축적 중이라는 점에서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갖추고 있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쌤버스를 도입한 병원은 직원들과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자부했다. 송 대표는 "월요일에 콜센터 상담 수요가 몰리면, 환자·보호자들은 마냥 대기를 해야 했다"며 "AI가 대신 응대해주면서 고객 만족도와 병원 매출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진료 예약을 했음에도 안 오는 환자들의 경우, 과거에는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했지만 이제는 AI가 이를 대신해준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지난 5월부터는 학습데이터와 글로벌 추론엔진에 챗GPT의 API를 연동한 지식 데이터베이스 관리서버 구축까지 완료해놓은 상태다. 이제는 사전에 준비해 놓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이고 전문 지식부터 일상 대화까지 포함하는 더 폭넓은 영역의 능동적인 답변 제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송형석 와이즈에이아이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송 대표는 회계사 출신답게 기존에 병·의원을 겨냥한 쌤버스 외에도 전문가들을 위한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인 고객을 위한 개인비서 플랫폼 '에이미(AiME)'다. 에이미는 변리사, 세무사, 변호사, 미용사 등의 산업군별로 이용할 수 있는 AI 통화비서 플랫폼이다. 산업별 AI 콘텐츠를 학습하면 이용 고객별 인바운드 상담, 아웃바운드 콜 대응 등의 업무 대행이 가능하다. 내달 국내에 출시하고 연내 일본, 영국 진출을 논의 중이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범 기업용 AI 인&아웃바운드 솔루션인 '에이유(AiYou)'도 주목할 만하다. 제휴 기업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AI 서비스 필수 기능을 커스텀없이 사용 가능하도록 결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와이즈에이아이는 에이미를 통해 유럽, 일본 기업과의 업무제휴(MOU)를 체결해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유럽 등 전세계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송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현지 진출기업과의 공동기술개발 업무제휴 체결 등 지속적인 협력을 추진하며 수출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을 완료했다"며 "올 하반기까지 목표시장인 일본, 영국의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현지 바이어 발굴 및 현지 전문가, 기업에 소프트웨어 제품/서비스 적합성 검증과 전시회 참여 등 세부 계획을 수립해 실질적인 수출을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무 대신하는 AI 넘어 힐링과 치료까지 가능한 AI로 진화"

와이즈에이아이는 창업 3년만에 누적 매출 7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50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는 앞으로도 AI 분야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되며 비대면 시장이 의료계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성장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을 거치며 범정부 차원에서 AI 서비스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와이즈에이아이는 AI에 감정을 입히는 기술이나 AI가 답변 중 고객이 말하면 답변을 중단하고 사람과 대화하듯 청취모드로 변경하는 기술 등 다양한 기술개발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와이즈에이아이는 최근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아기유니콘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아기유니콘 육성사업은 민관이 합동으로 우수 후보기업을 발굴해 체계적인 스케일업 과정을 거쳐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이번 선정으로 와이즈에이아이는 정부로부터 최대 3억원 규모의 시장개척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필요한 경우 △특별보증(최대 50억원) △정책자금(최대 100억원) △연구개발자금(최대 20억원) △방송광고비 등 총 173억원에 달하는 다양한 금융적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와이즈에이아이는 2025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매출 품목인 쌤버스의 외형성장을 기반으로 에이미를 런칭함으로써 수익성과 레벨업 모멘텀을 확보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올해가 에이미 서비스의 런칭 원년이라고 한다면 내년에는 에이미로 인한 수익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25년 코스닥에 직상장하는 것이 당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와이즈에이아이는 업무를 대신하는 AI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향후에는 힐링과 치료까지 가능한 AI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AI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AI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AI 개인비서에서 AI 의료플랫폼까지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에 수출하는 글로벌 넘버원 AI 플랫폼 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