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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개미만 드럽게 사네…' 최근 한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글입니다. 새해 들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줄기차게 사들이고 있는 종목을 두고 같은 개미들끼리 이 같은 푸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을 제외한 다른 투자자들이 연달아 주식을 내던지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입니다. 이른 바 개미들만 호구가 된 상황이 된거죠. 계묘년 새해 개미들이 일제히 달려간 그 종목, 바로 식품 대장주 CJ제일제당입니다. 과연 개미들은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 지 CJ제일제당의 투자 매력도를 살펴봤습니다.
[마켓PRO]새해 벽두 개미들만 달려든 CJ제일제당, 투자매력 집중분석

700억 폭풍매수한 개미...왜?

2023년을 시작하며 개미들이 달려든 의외의 종목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불리는 CJ제일제당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약 69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포스코케미칼, 삼성SDI 등에 이어 순매수 5위에 해당할만큼 개미들의 뭉칫돈이 CJ제일제당으로 쏠렸습니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이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내던진 주식을 개인들이 줍줍하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주식 시장의 구조상 개인들이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은 누군가 팔았기 때문이죠.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도 주체가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방어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보고 주식을 정리한 것"이라며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전망도 매도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켓PRO]새해 벽두 개미들만 달려든 CJ제일제당, 투자매력 집중분석
실제 연초 이후 주가는 10%가량 추락한 상태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 정도 상승했으니 시장 대비 낙폭이 큰 셈입니다. 개인들이 CJ제일제당을 집중매수한 이유는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공포에 베팅하라는 투자 격언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원가가 낮아진다고는 하지만...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암울한 실적 전망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CJ제일제당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7% 낮췄습니다. 생각보다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겁니다. 여전히 높은 원가 부담과 베트남 돈가 하락이 부진한 실적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식품은 가격 인상, 판촉비 효율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부진에 따라 매출은 15% 증가하는데 그치고, 영업이익 70% 증가가 예상된다"며 "바이오는 전년 높은 기저로 영 업이익은 25%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CJ제일제당은 삼성그룹에 속해있던 설탕회사입니다. 설탕 국산화를 이뤄낸 회사로 알려져있습니다. 이후 밀가루, 식용유 등을 생산해오다 삼성그룹에서 분리됐습니다. 회사의 모태인 제일제당은 그룹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쓰여왔습니다. 제일제당그룹으로 불렸죠. 하지만 더 큰 그룹으로 변모하기 위해 CJ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 지난 2006년입니다.
[마켓PRO]새해 벽두 개미들만 달려든 CJ제일제당, 투자매력 집중분석
최근에는 CJ제일제당에서 제당을 빼는 것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제당 사업 비중이 3%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제당' 회사로 불리는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의 지난 2021년 매출(CJ대한통운 제외) 15조7443억원 중 국내 가공식품(21.5%)과 해외 가공식품(27.7%)이 절반을 차지합니다. 핵산, 아미노산 등 바이오 매출 비중은 39.3% 입니다. 나머지 11.5%가 유지·제당·제분·전분 등 식품소재입니다. 이중에서도 제당 매출은 3.1%, 4900억원 수준에 그칩니다.

문제는 회사 매출에 절반을 차지하는 식품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꺾였다는 점입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3.8%입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이 6.9%였으니 눈에 띄게 이익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원가 상승이 원인입니다. 모든 물가가 뛴 인플레 시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올해에는 원가 상승세가 꺾인데다 지난해 높아진 원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를 시켜놓은 덕에 실적이 소폭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K푸드 테마가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가 낮아진 측면은 긍정적인 요소"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실적 개선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제시한 올해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753억원, 내년 전망치는 1774억원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식품주가 방어주 테마가 유효할 수 있지만 주가 측면에서 매력도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설령 현재 주가가 바닥이라고 보더라도 반등이 폭을 비교해봤을 때 굳이 CJ제일제당을 택할 이유는 크게 없어보인다"고 부연했습니다. 올해 CJ제일제당에 대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 3곳 중 2곳이 목표주가를 낮췄고, 한 곳은 전 목표주가를 유지했습니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는 50만원입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