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도쿄 특파원이 지켜 본 일본의 '진짜' 위기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은 연예인과 일본 걱정이다.” 일본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기사에는 어김없이 이런 댓글이 따라붙는다. 오랜 불황을 겪고 있다고는 해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자산,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기업들,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나라를 우리가 대체 왜 걱정해주느냐는 게 댓글의 논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일본이 정말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도쿄특파원인 정영효 기자는 <일본이 흔들린다>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경제·정책·산업·인구 등 모든 측면에서 일본이 ‘퍼펙트스톰(복합위기)’을 겪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현장 취재에 더해 일본 정부의 통계, 전문가 보고서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하라다 유타카 나고야상과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전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 등 일본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해 나온 결론이다.

일본이 위기라는 것은 수십 년간 반복해 나왔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었다. 일본을 억지로 깎아내리고 ‘국뽕’을 유도해 돈을 벌려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 이 책은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일본 사회가 직면한 여러 위기를 다각도로 조망한다. 2022년에도 팩스와 플로피 디스크로 업무를 보는 관공서, 1990년대까지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 대기업들의 몰락, 저출산과 국부 유출 등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들은 현상들을 현장감 있게 풀어낸다.

저자는 “이 책은 결코 일본을 깎아내리기 위한 게 아니다”고 강조한다. “한국은 산업구조를 비롯해 일본과 여러모로 닮았다. 일본이 저지른 실패 사례들을 잘 배워야 우리도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