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으로 유명한 메쉬코리아는 2013년 설립 후 코로나 위기 때 폭풍 성장을 일궜다. 작년 매출(3038억원)은 2017년(301억원)의 10배로 증가했다. 혁신 플랫폼으로 부각되며 1200억원이 넘는 자금도 유치했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매출 증가가 둔화된 가운데 영업적자도 전년 178억원에서 365억원으로 급증하자 성장성에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적결손금이 1100억원을 넘고 돈줄이 말라가자 2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렸다. 자칫 담보로 맡긴 창업자 지분이 팔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투자금 유치와 함께 경영권 매각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난을 겪는 플랫폼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티몬, 왓챠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이다. 매년 자금을 유치하고 투자를 확대해 매출 및 덩치를 키웠는데, 올 들어 경기 침체와 유동성 축소로 선순환의 고리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현금 말라가는 적자 플랫폼
"1등 아니면 구조조정 대상"…티몬·왓챠 등 '생존형 M&A' 몰려
17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e커머스 대표 기업으로 꼽히던 티몬은 지난해 매출이 1290억원으로, 한 해 전 1512억원보다 쪼그라들었다. 2015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인수한 뒤 투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쿠팡과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되레 적자 폭만 커졌다. 작년 영업손실은 760억원으로 한 해 전 631억원에서 더 악화됐다. 한때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티몬 몸값은 2000억원 안팎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싱가포르 e커머스 기업인 큐텐과 매각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티몬은 석 달 내 현금이 바닥난다는 얘기가 돌 정도”라며 “글로벌 PEF인 KKR과 앵커에쿼티 명성에도 금이 갔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인 위메프도 이용자가 계속 줄어들면서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매출(2448억원)은 전년보다 36% 급감했다. 시장에선 위메프의 매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도 ‘돈줄’이 막혔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 쿠팡플레이까지 가세해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다. 작년 매출(708억원)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영업손실(248억원)이 1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왓챠는 직원 희망퇴직을 받는 등 인력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자금 유치가 막히면서 ‘생존형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이유다.

중소형 플랫폼의 자금난은 더 심각하다. 수산물 당일 배송 플랫폼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협력업체에 지급할 대금 약 50억원을 정산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핀테크 기업 뱅크샐러드는 작년 매출 34억원에 영업손실 419억원을 냈다. 매출보다 영업적자가 10배 이상 컸다.
거품 꺼지면 합종연횡 본격화
매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곳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길이 있다. 하지만 몸값이 고점 대비 반토막 이하로 추락했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는 IPO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참패했지만 1조원 이하로 몸값을 낮추고 22일 상장한다. 마켓컬리도 한때 4조원을 찍었던 몸값이 2조원 안팎으로 추락했어도 상장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벤처캐피털이나 PEF의 상장 전 투자(프리 IPO)가 멈추면서 이 같은 ‘울며 겨자 먹기’ 식의 IPO 사례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1등 플랫폼이 아니라면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이 짙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이제부터 플랫폼 기업들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거품이 꺼지면 시너지 있는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요즘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면 다들 손사래부터 친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가 지속되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닷컴 거품이 꺼졌던 2001년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1위 네이버를 빼고 엠파스, 라이코스 등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문을 닫았다.

일각에선 과거와는 다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PEF와 벤처 펀드가 시리즈 투자를 이어가면서 거품을 키운 측면이 있지만 다양한 플랫폼 분야에서 수요자를 위한 혁신 서비스가 실생활에 자리 잡은 사례가 많아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은 온라인 부문을 보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다만 몸값이 더 떨어져야 대기업이나 PEF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