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각을 결정한 엘앤에프를 두고 증권가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매각해버리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반면 자사주를 팔아서라도 투자 확대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자사주 내다판 엘앤에프…"악재" vs "호재" 설왕설래
엘앤에프는 25일 장 마감 후 2766억원 규모(100만 주)의 자사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투자 자금과 시설·운영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갖고 있던 자사주 370만 주 중 약 3분의 1을 처분한 것이다.

시장 한쪽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엘앤에프가 소액주주들의 가치 제고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기업이 돈을 들여 자사 주식을 매입하면, 다시 시장에 내다 파는 경우가 드물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해당 주식만큼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든 것으로 감안해 주당 가치가 오른다고 여긴다. 엘앤에프처럼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다 팔면, 유통 주식 수가 되레 늘어나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회사가 산 자사주를 소각해야 시장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며 “그냥 매각해 버리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자사주 매각을 단순히 주주가치 훼손 사례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업체가 자사주를 팔면서까지 자금을 모아 투자에 나서는 건 의미가 있다”며 “엘앤에프의 경우 양극재 설비 증설과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유상증자 등 다른 자금 조달 방법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부정적이었다. 엘앤에프는 25일 5.15% 떨어진 25만42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 주식이 시장에 더 풀려 나왔다는 점 때문에 주가가 타격을 받은 것 같다”며 “자사주 매각을 통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