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각을 결정한 엘앤에프를 두고 증권가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소각하지 않는 자사주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반면 당장 성장이 절실한 2차전지 업체가 자사주까지 팔아가면서 설비 자에 나서는 건 긍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24일 장 마감 후 엘앤에프는 2766억원 규모(100만주)의 자사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투자자금과 시설·운영자금의 조달을 위해서다. 갖고있던 자사주 370만주 중 약 3분의 1을 처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시장 한 켠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통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회사가 자기 돈을 들여서 주식을 사면 대개는 시장에 다시 내다 팔지 않기 때문에 해당 주식 만큼 유통주식수가 줄어든 것으로 감안, 1주당 가치가 오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앤에프 사례처럼 자사주를 다시 시장에 내다 판다면 이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소각이 따르지 않는 자사주 매입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회사가 산 자사주를 즉시 소각함으로써 시장에서 확실히 유통주식수를 없애야 주주가치 제고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엘앤에프의 사례를 단순한 주주가치 훼손 사례라고 수 없다는 의견도 잇따라 제기됐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업체가 자사주를 팔면서까지 자금을 모은다는 건 투자를 위한 돈이 그만큼 필요하단 의미"라며 "엘앤에프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테슬라향 양극재 공급을 위한 증설·운영자금이라는 게 명확해 현 상황에서 가장 우호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은 자사주 소각에 당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엘앤에프는 25일 오전 11시 10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4.33% 떨어진 25만6400원에 거래 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장 주식이 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가는 타격을 받았다"면서도 "자사주 매각을 통한 증설 등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 조정 이후 반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