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중소밸류펀드의 약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가운데
연초 대비 유일한 플러스 수익률

종목별 편입 비중 1~2%로 낮춰
변동성 줄이고 초과수익 극대화
지난 2년간 대형 성장주의 그늘에 가려졌던 중소형 가치주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가치주를 발굴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안목도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락장에 나홀로 역주행 중인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소형주 100개까지 담는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중 연초 대비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말 기준 펀드 수익률은 4.4%였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9.5%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스피지수 대비 추가 수익률은 13.9%포인트에 달한다.

상품을 운용하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의 투자전략은 ‘가치투자의 대가’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에게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의장의 수제자인 엄덕기 전 한투운용 매니저에게 전략을 전수받아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만들었다.
알짜株 100개 담은 펀드…하락장서 통했다

김 매니저는 자신의 상품을 ‘한국에서 가장 저평가된 펀드’라고 소개한다. 국내 중소형 펀드 25개의 8년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이 27.9배인데, 한국투자중소밸류펀드의 PER은 12배로 가장 낮기 때문이다. 25개 펀드 중에서 소형주와 가치주 비중도 압도적으로 높다.

그는 “연 200회 이상 진행하는 ‘노가다’ 수준의 탐방과 짧게는 한두 분기, 길게는 5년까지 기업을 분석한 후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시장에서 극심하게 소외된 시점에 담아 관심을 받기 시작할 때 매도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팀에서 관리하는 중소형주 종목만 1000여 개에 달한다.

소형주를 70~100개까지 담아 종목별 편입 비중을 1~2%로 낮춘 것도 특징이다.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국내 중소형주 펀드 25개 중 표준편차가 가장 낮고, 샤프지수는 가장 높다. 변동성은 낮고 위험 대비 초과 수익은 높다는 의미다. 스몰캡 종목의 이해도가 높아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이 믿고 투자하는 펀드로도 유명하다.
시장 유행과 반대로 매매
김 매니저는 시장 유행이나 모멘텀 투자는 지양한다. 대신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변신을 준비하는 종목에 주목한다. 세아제강과 세아제강지주가 대표적이다. 2018년 분할 후 업황이 최악일 때부터 담기 시작했다. 국내 대형 가치주 하우스조차도 이 종목을 내다팔던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사 모은 주식이 최근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초 대비 18일까지 244% 올랐다.

김 매니저는 “최근 에너지 대란으로 세계적으로 에너지용 강관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해상 풍력 및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용 강관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PER은 여전히 4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많은 비중을 담고 있는 KSS해운도 마찬가지다. 액화석유가스(LPG) 운송에 특화한 이 회사는 지난 20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알짜 회사다. 수소 암모니아 운송에도 특화돼 있어 앞으로 ‘친환경주’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김 매니저는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전환하는 종목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 종목은 때가 되면 5~10배 주가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잃지 않는 투자’로 연평균 9.4% 수익
이 펀드는 기존의 가치주 펀드에 대한 ‘편견’을 깨는 상품이기도 하다. 기존의 가치주펀드는 시장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큰 편이다. 한때 잘나가던 펀드도 2~3년 동안 수익률이 바닥을 기는 경우가 많다. 몇 개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바이앤드홀드’ 전략을 쓰기 때문이다. 시장이 가치주를 알아봐줄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대형 성장주가 흥하던 2020~2021년 2년간 가치주펀드들이 빛을 보지 못한 이유다.

이 펀드도 성장주가 약진하던 2020년에는 3.8% 수익률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신 지난해 22.8% 수익을 내며 코스피지수 대비 19.2%포인트 초과 수익을 달성했다. 금융위기 이후 2018년을 제외하고 한 번도 손실을 낸 적이 없다. 연평균 수익률은 9.4%에 달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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