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로 바닥을 찍고 반등하던 국내 의류·화장품주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고, 중국은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봉쇄 공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美·中 연쇄 악재에…의류·화장품株 '주르르'

미국 소비자는 지갑 닫고

지난 22일 미국 뉴욕거래소에서 의류 업체 갭은 전일 대비 17.98% 하락한 11.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2 회계연도 1분기(1월 30일~4월 29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대 중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게 영향을 미쳤다. 실적 부진으로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올드네이비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다고도 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아메리칸이글(-9.12%), 언더아머(-5.50%), 나이키(-4.72%), 랄프로렌(-4.37%) 등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주말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상하이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집단 감염 발생 이후 가장 많은 51명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도 봉쇄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며 주민들의 생필품 사재기가 이어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5일 5.13% 하락한 2928.51에 거래를 마쳤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코로나 록다운, 미·중 분쟁이 중국 증시의 1차 패닉을 유발했다면, 상하이·베이징 코로나 충격과 위안화 약세가 2차 패닉을 야기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코로나 봉쇄령 우려

미국과 중국에 동시 악재가 출몰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소비재 주가는 급락했다. 갭, 나이키, 언더아머 등의 의류를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하는 한세실업이 이날 6.27% 하락하며 고객사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영원무역도 6.72% 하락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이들 종목은 중국이 처음 방역 조치를 강화할 때만 해도 주가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 중국 생산보다는 베트남 생산 비중이 높아서 생산 차질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오프닝이 시작되면 외출이 늘어나면서 의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의류 업체들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디스커버리, MLB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F&F는 ‘중국 패션 대장주’로 꼽힌다. 중국 시장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하루에만 주가가 9.64% 급락했다. LG생활건강(-5.05%), 아모레퍼시픽(-5.93%) 등 화장품주도 타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때까지 주가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까지 제로 코로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제로 코로나가 단순한 방역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캐치프레이즈가 된 상황에서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며 “중국 소비주 반등에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