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장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운용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고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을 대거 편입한 탓에 환매가 시작되면 주가 하락을 부르고, 주가 하락이 다시 환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TF가 편입한 종목 상당수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ETF 상장 전 펀드를 통해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도 오버행(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물량) 우려를 높이고 있다.

중·소형주 비중이 전체 30%

중·소형주 대거 담은 '강방천 ETF'…日거래액 13억짜리 종목이 수익률 좌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첫 ETF인 ‘에셋플러스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는 18일 1.32% 오른 1만7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6일 상장 이후 사흘간 7.5% 올랐다. 순자산총액도 122억원으로, 독립계 운용사가 선보인 ETF 치고는 적잖은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자산운용업계에선 이 ETF를 두고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ETF가 담고 있는 종목들이 덩치가 너무 작고 유동성도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가 가장 많이 편입한 종목은 원티드랩으로 비중이 9.5%(17일 장 마감 기준)다. 이어 이지케어텍(9.0%)과 엠로(9.0%) 순으로 많이 담고 있다. 세 종목이 ETF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이어 대형주인 카카오(9.0%)와 네이버(8.9%)가 뒤따르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3개 종목을 살펴보면 원티드랩은 시가총액이 3951억원으로 중형주에 속한다. 이지케어텍은 시가총액이 2574억원이고 엠로도 2263억원으로 소형주에 속한다.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도 아니다. 원티드랩의 10월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72억원이지만, 이지케어텍은 13억원에 불과하고 엠로도 16억원 수준에 그친다.

당장 이 세 종목은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 상장 직후 주가가 올랐다. 16일 이후 이날까지 원티드랩은 10.7%, 엠로는 13.3%, 이지케어텍은 24.8% 뛰었다. 증권가에선 코리아플랫폼액티브 ETF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 ETF가 담고 있는 세 종목의 주가가 뛰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세 종목 모두 상장 직후 기관의 순매수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세 종목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가 된다. 종목의 수익률이 좋지 않아 ETF 수익률이 부진하면 환매에 시달릴 수 있고, 환매가 나오면 운용사는 종목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주가를 다시 끌어내릴 수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규모가 커지면 이 세 종목은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도 아니기 때문에 한 번 환매에 시달릴 경우 주가를 끌어내리면서 주식을 팔아야 할 수 있다”며 “과거에도 몇몇 중소형 펀드가 비슷한 우를 범하면서 무너진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ETF 여파 기존 펀드까지 미치나

이 종목들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이미 자사 펀드를 통해 대량 보유하고 있던 종목들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에셋플러스운용은 지난 5일 원티드랩에 대해 5% 지분 신고를 했고, 9월엔 엠로에 대해 5% 지분 취득 신고를 냈다. 이지케어텍도 기존 에셋플러스운용이 펀드에 담고 있던 종목이다. 오버행 우려가 ETF 단위에서 그치지 않고 에셋플러스운용 펀드 단위로도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존 펀드와 ETF의 종목이 겹치기 때문에 기존 펀드에서 환매가 나오면 ETF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ETF의 환매가 나오면 또다시 기존 펀드에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반대로 ETF가 잘 되면 펀드 수익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셋플러스운용 측은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한 에셋플러스운용 관계자는 “이 ETF는 ‘분절화된 한 영역의 한 부분을 장악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인데 미국은 해당 기업이 많지만 한국은 숫자가 적기 때문에 작은 사이즈 기업이라도 철학을 갖고 많이 담은 것”이라며 “ETF 구성 종목을 보고 따라 사는 개인의 영향을 제외한다면 지금은 ETF 규모가 10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환매가 나온다고 해도 개별 종목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