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300을 찍을 때까지 ‘동학개미’의 앞길을 막을 만한 장애물은 없어 보였다. 대충 아무 종목이나 사도 올랐다. 수익을 내기가 훨씬 쉬웠다. 하지만 최근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오를 만한 종목을 고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투자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종목을 고르고 있다. 이 가운데 증권사가 자기 돈으로 직접 투자하는 종목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투자할 정도의 종목이면 ‘엄격한 필터링’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다.
증권사들이 곳간 털어 산 종목은 뭘까

증권사 직접 투자 성과는?

증권사가 상장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상장 주관사로서 지분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인수하거나, 수익을 내기 위해 직접 투자하는 경우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이 상장할 때 주관사는 3~5%의 물량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투자자는 이보다는 자기자본을 불리기 위해 직접 투자하는 증권사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영증권이다. 신영증권은 올 2분기 말 기준 상장 주식 투자액이 1716억원에 달한다. 보유한 종목이 10개가 넘고 10년 이상 가지고 있는 종목이 대부분이다. 신영증권은 단기적으로 큰 수익이 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벌 수 있는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유액 1위는 재보험사 코리안리다. 장부가액 기준 578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주가가 1000원대이던 2004년 10월 처음 투자했다. 현재 주가는 9970원(18일 종가)으로 10배 가까이 올랐다. 보유액 2위는 유한양행이다. 보통주(347억원)와 우선주(151억원)로 나누어 약 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주는 2007년, 우선주는 2012년에 투자를 시작했다. 2007년 유한양행 보통주 주가는 7000~8000원이었다. 현재 주가는 6만원대로 아홉 배 가까이 올랐다. 이 밖에 SK하이닉스, KT, 삼성SDI우, 삼성중공업, 유일에너테크 등의 종목도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 네이버로 대박

평가차익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2017년 6월 네이버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2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네이버 장부가액은 1조1753억원이다. 네이버 한 종목으로 70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투젠(21억원),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18억원), 네오이뮨텍(18억원), 아이퀘스트(12억원), 엔시스(10억원), 에이비온(10억원) 등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상장 주관사로 인수한 물량이지만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의 의무보유기간은 3개월이다.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와 에이비온은 2019년부터 보유하고 있다.

소형사로는 유진투자증권이 주식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미포조선에 투자해 2분기 말 기준 64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시점 대비 주가는 30% 가까이 올랐다. 이외에 삼양홀딩스와 서부티엔디 주식을 각각 18억원, 12억원어치 가지고 있다.

증권사에 투자하는 증권사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 주식에 투자한 경우도 많았다. 신영증권은 지난 6월 키움증권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대신증권 우선주도 23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부국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유화증권 주식을 각각 16억원, 6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같은 업계에 있는 증권사가 투자할 정도의 증권주면 투자 가치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카카오게임즈를 7억원어치, NH투자증권은 이동통신기기 전문업체 와이팜을 70억원어치 가지고 있다. 모두 상장 주관사 의무인수 물량이다. KTB투자증권은 스마트카 플랫폼 업체인 오비고 주식에 10억원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KB증권은 블루탑, 제노텍, 스템랩, 유투바이오 등 코넥스 주식을 주로 가지고 있다. KB증권이 지분 7.02%(보유액 16억원)를 가지고 있는 블루탑은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는 코넥스 상장사다. 제노텍, 스템랩, 유투바이오도 모두 코넥스에 상장돼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