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상장 시 기업 가치를 최대 16조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예상치인 10조원 대비 60% 높다. 상장을 앞둔 카카오 계열사들이 플랫폼 경쟁력을 내세워 몸값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전날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공모예정금액과 희망공모가를 노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일반적으로 공모가는 상장 예심에 통과한 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밝힌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예심 서류를 공시채널에 올리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금액을 적시했다. 현재는 주관사 측이 정정을 요청해 관련 수치가 삭제된 상태다.

공개된 공모 개요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주당 발행가는 7만3700~9만6300원, 공모예정금액은 1조4740억~1조9260억원이다. 상장예정주식 수는 1억3336만7125주로,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9조8292억~12조8433억원이다.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될 경우 시가총액 12조7000억원인 HMM을 제치고 유가증권시장에서 30위에 오르게 된다.

공모가를 20~40% 할인해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의 기업 가치는 16조원이다. 2017년 분사 당시 약 6000억원이었지만 4년 만에 27배로 불어났다.

증권업계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카카오페이의 기업 가치를 10조3000억원, SK증권은 10조7000억원으로 예상했다. 핀테크 기업은 예상 거래액에 0.1배수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산정한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거래액은 67조원, 올해는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예상 거래액 100조원에 0.1배를 적용하면 10조원이라는 계산이다. 이베스트증권이 이례적으로 18조원을 제시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올해 순익 분기점을 돌파하고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고 하지만 15조원 이상의 가치를 제시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실수로 카카오페이의 야심이 드러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러 공모가를 노출시켜 시장 반응을 살피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16조원의 기업 가치를 내세우면서 20조원을 목표로 했던 카카오뱅크 공모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모두 공모 규모가 2조원 이상의 대어로 상장 시기와 관련한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