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에 '빚투' 역대 최대

대형주 빚투도 급증…코스피 신용공여 잔액 9조 넘어
개미들, 한 달간 '코덱스200 인버스2X' 7400억 최대 투자
대출 한도 꽉 찬 삼성·KB증권, 증권담보 대출 일시 중단
서울 시내 한 금융정보 전문업체에서 직원이 2일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51% 오른 6만9500원에 마감, 7만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서울 시내 한 금융정보 전문업체에서 직원이 2일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51% 오른 6만9500원에 마감, 7만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직장인 A씨는 주식담보대출로 7000만원을 빌렸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신용대출을 받은 3000만원까지 더해 1억원을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A씨는 찬스를 잡았다고 판단했다.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던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1억원을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베팅했다. 곱버스(곱하기+인버스)로 불리는 이 상품은 지수가 하락할 때 2배의 수익을 낸다. 도박과 같은 베팅의 결과는 지금까지는 좋지 않다. 주가가 계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로 몰린 빚투 개미
‘빚투’에 나서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신용공여 잔액은 지난달 20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증가했다. 열흘 남짓 만에 6000억원 넘게 늘었다. 급증한 빚투 규모는 지난 1일 사상 처음으로 18조원을 넘어섰다. 올초 9조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신용공여 잔액이 11개월 만에 2배로 불어난 셈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빚투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일 이후 16.34% 급등했다. 빚투 개미들이 코스피에 몰린 이유다. 유가증권시장 신용공여 잔액은 처음으로 9조원을 넘어섰다. 빚을 내 중소형주에 투자하던 개미들이 코스피가 급등하자 대형주로 대거 이동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 9월 17일 빚투 규모가 전고점(17조9023억원)을 기록할 당시 코스닥 신용공여 잔액이 코스피를 앞섰다. 이날 역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코스피 '시총 빅3' 최고가 행진…빚내 하락에 베팅한 개미들 '울상'

곱버스 개미는 울상
빚투는 두 갈래로 나뉘었다. 대형주 투자와 함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몰려드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만큼 고수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다. 개미들은 코스피지수가 연일 고공행진 중이지만 하락장에 투자하는 곱버스를 74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삼성전자우, 네이버, LG전자 등을 제치고 두 배 수익을 내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한 셈이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고점을 돌파하면서 손실도 커지고 있다. 곱버스는 수익을 두 배로 거둘 수 있는 반면 손실금도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곱버스와 마찬가지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인버스 상품도 많이 샀다. 같은 기간 KODEX 인버스도 16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가는 계속 사상 최고치
곱버스를 탄 개미들을 외면하고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종가기준 역대 최고인 2675.90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5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51%, 8.46% 상승하며 지수 상승의 주역이 됐다. 삼성전자는 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쳐 ‘7만전자’를 코앞에 두게 됐다. 시총 3위인 LG화학도 84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총 1~3위가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날이었다. 지난 11월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하락한 날은 4거래일에 불과했다.
대출 차단 나선 증권사들
빚투가 늘자 증권사들은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 증권담보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고객 대출이 급증하면서 신용공여 한도가 차버렸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대출 한도를 규제받고 있다. KB증권 역시 같은 날 이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신용공여 및 증권담보대출 금액이 내부적으로 정한 자기자본비율 수준에 근접했다고 판단하고, 대출 중단을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기업을 제외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자기자본 100% 범위 내에서 유지해야 한다. 개인투자자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은 지난달 30일 ‘키움형 대용’ 계좌의 보증금률을 15%에서 20%로 확대했다.

박재원/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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