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르면 내년 3월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신주 발행 준비에 들어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대규모 증자에 나선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2조5000억원 중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대야 한다. 나머지 금액은 컨소시엄을 맺은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 자산이 1조4760억원(9월 말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인수자금의 상당액을 자체 능력으로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을 품는 과정에서 대규모 현금이 유출되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9월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총 차입금은 6조728억원, 부채비율은 807.6%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뒤 일제히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다섯 번째로 높은 ‘A+’다. 신평사들은 이번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HDC현대산업개발의 재무상태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진단할 방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대량의 신주 발행을 추진하면서 당분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간 14.14% 하락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