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5일 오후 3시10분

[마켓인사이트] 유니슨의 '글로벌 전략'…대만 본사까지 인수한 공차코리아
2014년 10월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이 대만 밀크티 브랜드 ‘공차’의 한국 사업(공차코리아)을 인수하자 식음료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짝 유행 후 사라져간 다른 음료 프랜차이즈처럼 공차도 곧 퇴출될 것이란 냉소적 시각이 많았다. 공차는 2012년 한국에 처음 상륙한 뒤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인수 당시에는 이미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었다.

4년여가 흐른 지난해 말 공차코리아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시아 등 세계 16개국에서 13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전년 대비 90% 이상 늘어난 32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소비 부진과 규제 강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글로벌 무대에서 ‘나홀로 약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마켓인사이트] 유니슨의 '글로벌 전략'…대만 본사까지 인수한 공차코리아
2006년 대만에서 시작된 공차는 2012년 홍대 앞에 한국 1호점을 낸 뒤 대표 메뉴인 버블티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서 2013년 118개, 2014년 148개의 신규 점포를 냈다. 문제는 점포 수 증가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외형에만 신경 쓰는 사이 기존 점포의 매출은 줄어들었고,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불만이 쌓여갔다.

2014년 말 공차코리아 지분 70%를 인수한 유니슨과 경영진은 인수 1년 후인 2016년 초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당분간 신규 출점을 자제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공차코리아는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인 핵심성과지표(KPI)를 매출과 출점 수에서 ‘동일점포매출 성장률(SSSG)’로 바꿨다. SSSG는 직전 해 매출과 동일하면 100%다. 마케팅 전문가도 영입해 공차를 20~30대 여성이 좋아하는 ‘쿨한’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신제품 역시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마켓인사이트] 유니슨의 '글로벌 전략'…대만 본사까지 인수한 공차코리아
2016년 초 75%까지 떨어졌던 SSSG는 그해 가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17년 104%를 회복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150%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점포 한 곳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년보다 50% 늘어났다는 뜻이다.

국내 가맹사업자에서 글로벌 본사로

유니슨은 공차코리아를 인수할 때부터 글로벌 확장 전략을 세웠다. 첫 타깃은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이었다. 대만 본사인 로열티타이완(RTT)을 설득한 끝에 공차코리아가 일본 사업권을 확보했다. 2015년 9월 개장한 도쿄 하라주쿠의 첫 매장(사진)은 긴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공차코리아의 100% 자회사인 공차재팬은 7개의 직영점과 17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26개의 점포를 새로 열 예정이다. 김의열 공차코리아 대표는 “공차 일본 매장의 점포당 하루평균 매출은 600만원에 달한다”며 “매장 규모가 훨씬 큰 스타벅스(약 3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확장 전략의 두 번째 단계는 대만 본사인 RTT 인수였다. 유니슨은 RTT 창업자들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IPO보다는 지분 매각이 더 확실한 투자 회수 방식”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2017년 초 공차코리아가 RTT 지분 70%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유니슨 관계자는 “공차코리아 투자의 개념이 국내 가맹사업에서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 직영 사업과 16개국 ‘마스터 프랜차이즈’(중간 가맹사업)를 하는 글로벌 브랜드 사업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