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여 있던 탄광업체 동원의 인수 주체가 코스닥시장 인수합병(M&A)의 ‘큰손’으로 통하는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진 회장의 동원 인수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진 회장 측은 동원의 사업구조를 바이오와 화장품의 두 축으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단독] 탄광업체 동원 깜짝 인수자는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동원은 전날 늦게 1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정정공시를 내면서 신주를 배정받게 될 그랑프리1호조합의 최대주주를 코르키로 명시했다. 코르키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진 회장이다.

앞서 지난 4일 동원은 최대주주인 원영식 더블유홀딩컴퍼니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 1248만8962주를 1186억원에 체리힐투자조합과 WJ컨소시엄 등에 매각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또한 경영권은 그랑프리1호조합이 인수한다고 밝혔다.

진 회장 측이 동원 인수에 직·간접적으로 투입한 돈은 유상증자와 52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등을 합해 모두 1800여억원에 달한다. 동원은 이 중 280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을 위한 자금으로 분류했다. 진 회장이 동원을 통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진 회장은 코스닥시장에서 M&A를 거쳐 ‘주식 부자’로 올라선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현재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8위 상장사인 에이치엘비의 최대주주(10.78%)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진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모두 2191억원으로, 100대 주식 부호 중 62위에 해당한다.

그는 원래 평화은행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한 은행원 출신이다. 2001년 평화은행이 한빛은행(현 우리은행)과 합병할 당시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 강남에 호프집을 차렸다. 하지만 1년 만에 장사를 접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사업을 시작했다. M&A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은 2007년 구명정 제조회사 현대라이프보트를 인수하면서다. 이듬해엔 전자부품회사 하이쎌과 이노GDN(현 에이치엘비)을 사들였다. 당시 이노GDN의 출자회사 중 하나가 표적항암제 아파티닙(성분명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LSKB)였다.

이후 진 회장은 2013년 에이치엘비와 현대라이프보트를 합병해 흑자 구조를 만들면서까지 LSKB 지원에 총력을 기울였다. 같은 해 경영 악화로 모회사였던 하이쎌을 매각하면서도 LSKB에 대한 투자는 지속했다.

바이오사업에 대한 진 회장의 관심이 각별한 만큼 업계에서는 동원 인수를 두고 LSKB의 유가증권시장 우회상장 또는 에이치엘비의 바이오업종 전환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진 회장 측은 이 같은 억측을 적극 부인했다. 진 회장 측 핵심 관계자는 “동원 인수와 관련해 진 회장이 에이치엘비의 바이오사업 가치를 조금이라도 훼손하거나 분산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원은 에이치엘비와 어떤 지분 관계나 자금 거래 없이 독립적으로 경영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원이 새로 확보한 유동성을 활용해 에이치엘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바이오 및 화장품 등 신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동원은 이번 유상증자와 CB 발행 등을 통해 기존 내부 유보 현금을 합해 약 1200억원을 손에 쥐게 됐다”며 “적절한 M&A 대상을 물색 중이고 일부 건은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 회장 측은 동원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바닷모래 채취업에 대해서는 “향후 남북한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수혜가 기대된다는 측면에서 미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