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화해모드에 남북경협株 '두근두근'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로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남북 간에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정상회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직접 수혜를 볼 종목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다.

◆건설·시멘트주 수혜 기대

증권업계에선 정상회담이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와 단기 호재에 그칠 것이란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외에 다른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1·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도 주식시장의 추세 자체가 정상회담 때문에 바뀌지는 않았다. 2000년 6월 첫 정상회담 때는 글로벌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에 따른 약세기였고, 2007년 10월(2차)은 중국 투자 붐이 일던 시기였다. 정상회담 이후 주가는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주식시장은 심리적 요인보다 당시의 경제 환경에 따라 움직였다는 뜻이다.

한반도 화해모드에 남북경협株 '두근두근'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 후에는 구체적 남북 경제협력 방안에 따라 종목별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남북 경제협력의 첫 단계로 북한 내 인프라 확충과 산업기반 재정비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이 최대 수혜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견해다. 남북 접경지역의 도시 개발부터 장기적으로는 남북한을 연결하는 교통축 설계를 위해 건설사가 선봉에 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건설주 중에선 현대건설이 ‘톱픽’(최선호주)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건설은 1997년 북한 신포지구에서 착공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원전 사업의 시공 주관사를 맡은 경험이 있다. 한국경제TV 전문가 두 명도 현대건설을 수혜주로 꼽았다. 김병전 한국경제TV 파트너는 “대북사업은 민간공사도 공공공사도 아닌 특수한 공사 유형”이라며 “대북사업 초기에 현대건설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광토건 역시 과거 개성공단에서 철골 공장을 운영했고, 토목 분야에 강점이 있어 북한 내 인프라 공사에 참여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시멘트·레미콘 관련주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시멘트업체인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는 지난달 5일 대북특사단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이후 주가(3월5일~4월27일)가 각각 21.4%, 22.8% 올랐다.

◆개성공단 관련주는 주의 필요

유틸리티를 비롯해 물류, 철강업종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과의 무역이 재개되면 북한에 풍부한 무연탄을 수입할 수 있다. 호주 등지에서 석탄을 수입해 전기를 생산하는 한국전력이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경협 차원의 러시아 가스관 설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유럽의 가스 의존도 축소 노력으로 신규 구매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로 이어지는 가스관이 설치되면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천연가스 도입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CJ대한통운은 북방 물류사업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 회사는 남북 협력이 활발하던 시절인 2003년 남북한 육로로 첫 민간물자 수송을 담당했다. 2007년 평양대마방직과 함께 대북 내륙운송사업도 추진했지만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됐다. 신학수 파트너는 “CJ대한통운은 지난달 러시아 물류기업인 페스코(FESCO)와 공동사업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며 “남북 경제협력에 따라 북방 물류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프라 투자에 따라 현대제철·세아제강 등 국내 철강사의 판매 수요도 커질 전망이다. 북한 철강업체는 설비가 낙후되고 원자재 공급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용광로 가동률이 25~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성공단 입주사들의 귀환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개성공단 내 대표 입주업체로 좋은사람들, 신원, 제이에스티나 등이 있다. 다만 실제 공단 재개 여부는 정부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패션업체인 신원은 개성공단 폐쇄 전 내수 브랜드 물량의 30%를 북한 공장에서 생산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입주사들이 다시 개성공단 생산을 늘리면 원가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하지만 공장 폐쇄로 막대한 고정자산과 재고자산의 피해를 경험한 만큼 업체들이 재입주를 결정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