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장비·부품업체 파인텍이 새롭게 시작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장비를 주력으로 바꾸는 사업 재편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부진이 계속된 LCD(액정표시장치)용 백라이트유닛(BLU) 사업을 접고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BLU 실적은 전방 산업인 LCD가 제조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2016년부터 급격히 악화했다. 제품 판매 감소와 가격 하락을 동시에 겪으면서 2015년 1839억원이던 매출이 2016년 66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파인텍은 지난해 22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매출은 12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3% 감소했다. 실적 부진을 앓던 BLU 사업을 중단한 여파가 컸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중국 LCD 부품업체와 세운 합자회사에 BLU 생산 설비와 자산을 매각했다. 49%인 합자회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면서 BLU 사업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수익성 악화로 현금흐름도 나빠졌다. 2015년과 지난해(각각 10억원)를 제외하고는 최근 6년 동안 매년 잉여현금흐름(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투자비를 뺀 금액)이 적자다. 업계에선 BLU사업 매각이 없었으면 지난해 잉여현금흐름도 적자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에서 번 현금만으로는 회사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얘기다.

파인텍은 2016년 세광테크를 167억원에 인수해 OLED 장비사업에 진출했다. 세광테크는 OLED패널과 각종 부품을 결합시켜주는 본딩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로 삼성디스플레이를 고객으로 뒀다. OLED 장비 사업은 지난해 파인텍 매출의 72.1%(882억원)를 책임지며 회사의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파인텍의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본딩장비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본딩장비 제조사업은 부가가치가 높지 않고, 기술 진입장벽도 낮다는 게 업계 평가다. 파인텍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는 43.6%로 2016년 말 대비 4.5%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 656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321억원을 연내에 갚아야 한다. 파인텍은 최근 유상증자, 채권 발행, 은행 대출 등 외부자금을 조달해 운영자금과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발행한 1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이 다음달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차입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BLU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OLED 장비 사업을 시작하면서 운전자금 부담도 커졌다”며 “주요 자산들이 담보로 잡혀 있고 금융회사 여신한도도 대부분 소진돼 당분간 외부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인텍은 다음달 3년 만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250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주가 하락세를 고려하면 원하는 조건에 BW를 찍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4월 초 1만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으로 3725원까지 떨어졌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