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이 가상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에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텔레그램이 오는 3월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12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쿼이아캐피털, 벤치마크, 클레이너퍼킨스 등이 각각 2000만달러를 투자할 의사를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쿼이아캐피털과 클레이너퍼킨스는 구글에 초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VC가 투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텔레그램이 발행할 가상화폐 ‘그램’의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서비스 출시 전 ICO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것과는 달리 텔레그램은 이미 세계 1억7000만 명가량이 이용하는 메신저다. 텔레그램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앱(응용프로그램) 내 가상화폐로 움직이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예컨대 가상화폐를 사용하면 텔레그램 결제 시스템으로 국제 송금 시 각국 정부나 은행의 규제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텔레그램은 모든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가상화폐 제도화에 적극적인 일본에선 비트코인 결제를 취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크립토컴페어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8%로 1위다.

일본 최대 가전 전문 유통업체인 야마다전기는 27일부터 30만엔(약 292만원)의 상한을 두고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우선 도쿄 시내 2개 점포에서 시작한 뒤 다른 매장으로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이 늘어난 투자자들의 고가 가전제품 수요를 노린 전략이다. 일본 2위 가전 전문 유통업체 빅카메라는 지난해 4월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해 59개 점포에서 비트코인을 받고 있다.

반면 미국 일부 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카드 결제를 막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국 캐피털원파이낸셜은 자사가 발행한 신용카드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더 이상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신용카드를 통한 가상화폐 결제를 하루 200달러, 한 달 10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씨티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가상화폐 거래 관련 회사 규정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