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원·달러 환율이 1170원 선까지 치솟은 가운데 자산의 일부를 달러표시 금융상품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신흥국 은행의 달러 예금과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달러표시 회사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외화예금 넘어 달러표시 ELS·채권·펀드까지…달러 재테크, 달라진 레시피
◆달러표시 금융상품 전성시대

유안타증권은 지난달부터 캄보디아 아클레다은행의 달러예금을 신탁 형태로 팔고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의 수익률이 연 4%에 이른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달에만 35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신흥국의 시중금리가 한국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에 착안, 캄보디아 금융상품을 들여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흥국 정기예금인 만큼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아클레다은행이 파산하면 원금을 되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은행의 신용등급은 미국 S&P 기준으로 ‘B0’다.

채권의 수요도 꾸준하다. 올 들어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판매한 외화표시 채권은 회사별로 3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특히 기대 수익률이 연 4~6%에 달하는 해외 금융회사 코코본드(유사시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붙은 회사채)가 인기다. 신한금융투자 창구에서 연초 이후 500억원어치가 팔린 HSBC 코코본드(연 5% 수익률)가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 꼽힌다.

외화예금 넘어 달러표시 ELS·채권·펀드까지…달러 재테크, 달라진 레시피
달러화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ELS 시장도 커지고 있다. 최근엔 사모뿐 아니라 공모시장에서도 달러표시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22일까지 NH투자증권이 판매한 ELS 13465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품은 유럽 대표 기업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EuroStoxx50,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미국 S&P500 등 세 종류의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발행된다. 기초자산 가격이 계약 시점보다 6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연 6.6%의 수익을 준다.

달러로 살 수 있는 펀드도 등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2일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한국투자달러표시우량채권’ 펀드를 선보였다. 1년 이내 누적 수익률 4.5%를 달성하면 미국단기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처를 바꾸는 목표전환형 상품이다. 환율 변수가 없는 달러화 투자자를 기준으로 최소 연 3%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환(換)도 자산배분 시대

몇 년 전만 해도 ‘달러 재테크’는 외화예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투자와 같은 말로 통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없고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아쉬운 점은 수익률이었다. 이 두 상품의 기대 수익률은 연 1% 안팎으로 시중 정기예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한다. 환율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할 경우 목돈이 오랜 기간 묶이거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자산가들이 환차익 이상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달러표시 상품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상품 수익률이 연 3~5% 정도 돼야 매매 타이밍을 잘못 잡을 때 입을 수 있는 환차손을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시 일정액 이상의 달러를 보유하며 달러를 원화와 별도로 굴리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달러표시 금융상품 시장이 확대된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상품뿐 아니라 환도 자산배분 대상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기온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부장은 “외화 금융상품은 환율이 유리할 때 모아놓은 달러로 사들이는 게 정석”이라며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는 시점까지 기다린 뒤 금융 상품을 골라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