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빅2' 기업의 동반 위기에 올 들어 뚜렷했던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비용 절감 노력 속에서 기업 이익 개선세는 이어졌지만 매출 성장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불황형 흑자' 구조도 계속됐다.

◇ 영업익 증가율 한 자릿수로 둔화…갤노트7파문·파업 등 영향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5일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결산법인 511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7~9월) 매출액은 392조5천2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9% 감소했다.

순이익도 20조7천591억원으로 6.40%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44% 증가한 28조9천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상반기에 이어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2분기와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성장세다.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익 지표도 소폭 개선에 그쳤다.

3분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39%로, 전년 동기의 6.81%보다 0.58%포인트 개선됐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5.29%로, 0.20%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기업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아 74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이중 실제로 손에 쥔 돈은 53원가량이란 의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충격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5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줄었고,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0% 줄어든 1조681억원을 기록했다
임혜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와 현대·기아차의 파업 장기화로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부분이 크다"며 "상반기와 달리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분기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전반적으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2분기를 정점으로 실적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 '빅2' 공백 메운 '미운 오리' 업종들

건설, 조선, 금융 등 일부 업종의 이익 개선세는 이들 '빅2'의 실적 부진을 일부 상쇄했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S-Oil,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작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기업은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 흐름을 보였다.

금융업종에 속한 50개사의 개별·별도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누적 순이익은 각각 7.59%, 10.28% 늘었다.

은행권 영업이익이 47.94%나 증가하며 금융 업종의 실적 개선세를 주도했다.

다만 보험업과 증권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3.98%, 34.85% 줄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반도체 쪽의 쇼크만 아니었으면 3분기 실적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수준"이라며 "금융이나 건설, 조선 같은 경기민감주의 실적이 뒷받침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건설, 철강, 조선 등 소위 공급과잉에 의해 구조조정 대상이 된 업종들이 부실을 선반영하면서 전반적으로 이익이 느는 추세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 불황형 흑자 기조 여전…"4분기도 반전 어렵다"

글로벌 수요 부진 속에서 매출 성장세가 뒷받침되지 않는 구조는 여전한 한계로 지적됐다.

외형 성장이나 판매 증가보다는 원가 절감과 구조조정 등 불필요한 축소를 통한 이익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증가가 담보돼야 이익 개선세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장사가 안돼 비용절감을 통해 이익을 내는 불황형 흑자 구조가 이어졌다"며 "그러나 비용절감을 통한 이익 증가는 내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적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이 이번 분기에 특별히 불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무역이나 수출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가중된 측면도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향후 기업 실적 흐름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의 통상정책, 금리 상승 지속 여부 등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형님' 따라 함께 운 코스닥 상장사

코스닥 상장사들은 덩치가 커졌지만 이익은 줄어 실속을 차리지 못했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683곳의 3분기 매출(33조8천784억원)은 작년 동기보다 3.64% 늘었지만 영업이익(1조8천756억원)과 순이익(1조331억원)은 각각 1.90%, 34.86%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기술(IT) 업종이 영업이익에서 20.56% 급감한 실적을 기록해 이익 하락세를 주도했다.

대형주들의 실적 부진이 코스닥 부품 제조사 등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건설(167.88%), 오락·문화(28.89%), 금융(흑자전환) 등의 업종의 이익이 개선된 추세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고상민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