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트럼프 쇼크'에 불확실성 확대…충격에 대비"(종합)
국내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우세 소식에 폭락하고 있다. 예상밖 결과가 나온 만큼 금융시장 충격을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26일 오후 2시31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8.57포인트(2.92%) 떨어진 1944.81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지수는 4.70포인트(0.23%) 오른 2008.08로 출발했으나 장중 하락 전환하며 이내 주저앉았다.

장중 한때에는 3.61% 밀려나 1931.07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가 진행될수록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지수가 1930선으로 밀려난 것은 지난 6월28일(종가 기준) 1936.22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현재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중인 가운데 트럼프는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주를 확보해 승기를 잡았다.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수는 270명까자 단 32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투표에 앞서 시장은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었다.

류용석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폭락은 예상이 빗나간 것에 대한 심리적 충격"이라며 "클린턴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던 만큼 결과가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센터장은 트럼프의 경제 정책 분석 이후 다시 한 번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반중 성향이 대중 무역 마찰을 불러와 국내 수출 관련주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 센터장은 "지수가 보름 정도 간격을 두고 1900선 아래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며 "1800대 후반까지 하락 수 있음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우려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라며 "미국 정치와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에 대미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등 한국 경제도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시장이 클린턴 당선 가능성에 배팅한 만큼 쇼크성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며 "오는 10일 옵션만기일까지 다가오면서 수급 변수까지 가세,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황나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교체와 함께 금리인상 속도도 변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금융 리스크가 부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공석인 2명의 Fed 위원을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인사로 임명해 의사회 성향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트럼프 쇼크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밖 결과에 따른 충격은 하루 정도면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낙폭을 견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이날 급락은 일시적인 투자 심리 위축과 우려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의 지배력이 더 커 당선자가 누가 되어도 영향이 오래가진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현 상황에서는 보유 종목을 매도하지 않고 견딜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 센터장은 "앞서 브렉시트가 발생했을 당시 매도한 투자자가 가장 큰 손해를 봤다"며 "일시적인 충격으로 빠른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급락을 견디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