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정’에 미국 워너브러더스가 투자하는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해외 투자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외국인이 국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9일 ‘국제적 청약권유와 크라우드펀딩 규제’ 보고서에서 지난 1월 시작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외국인 참여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제도 자체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만 설계된 탓에 국내 문화콘텐츠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의 투자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류 전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메이크스타는 지난달 10일까지 4인조 걸그룹 ‘스텔라’의 싱글 앨범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결과 국내외 투자자 623명으로부터 목표금액(1182만원)을 뛰어넘는 6300만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자금을 댄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미주 등에 거주하는 외국인이었다. 한류 투자에 대한 해외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렇게 해외 자금을 모을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이 기부형, 후원형 같은 비수익형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스텔라 펀딩은 후원형이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대표적 수익추구형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온갖 규제로 외국인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펀딩에 참여하려면 상임 대리인으로 증권회사를 선임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투자등록증을 받아 온라인 중개업자에 가입해야만 청약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청약 후 대금을 예치하는 단계에서도 공인인증서가 요구된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한도가 200만원(일반투자자 기준)인 것을 고려할 때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 규제도 걸림돌이다. 펀딩 절차를 영문으로 설명하기만 해도 해외 각국이 자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불법 공모행위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예탁결제원이 외국인 투자자를 겨냥한 크라우드넷 영문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