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참치 선망어선단을 보유한 동원산업이 ‘만선(滿船)의 꿈’을 꾸고 있다. 참치값 하락으로 최근 몇 년간 크게 부진했던 실적이 올해 들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첨단 장비를 장착한 신형 어선 도입과 성공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성장동력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턴어라운드' 동원산업, 만선의 꿈 꾼다
◆올해 영업이익 1300억원 넘을 듯

동원산업은 1969년 설립된 원양어업 회사다. 참치를 어획해 가공, 판매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연간 14만~15만t의 참치를 잡으며 통조림용 가다랑어(소형 참치)의 어획 비중이 높다. 통조림용 참치의 50%를 계열사인 동원F&B에 공급하며 나머지는 국제 시장에 내놓는다. 참치값이 오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라가는 구조다.

2013년 5월 주당 40만원을 육박하던 동원산업 주가는 올해 2월 24만원대까지 하락했다. 2월12일에는 3년 중 최저가(24만2000원)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1조 클럽 자리도 반납했다. 국제 참치 원어 가격(태국 방콕 현물시장 기준)이 2012년 t당 2200달러에서 올초 950달러까지 하락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작년 영업이익은 573억원으로 2013년 1113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참치값이 1450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동원산업은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7798억원으로 작년(6771억원)보다 15.2% 늘었고 영업이익은 639억원으로 작년(188억원)의 세 배를 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원산업의 올해 영업이익은 1306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연히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동원산업 주가는 지난 13일 연초보다 16%가량 오른 28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참치선박협회(ATA)와 태평양어업기구포럼(FFA) 간 새로 체결된 참치조약으로 내년부터 미국의 연간 중서부태평양 조업일수가 40% 감소하기 때문에 참치 가격이 올해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 44만원을 유지했다.

◆해외 M&A로 성장성도 기대

지난 몇 년간 참치값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점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원산업은 통조림용 가다랑어를 잡는 선망어선(대형 그물로 소형 참치를 어획하는 어선) 15척 중 4척을 최근 3년간 신형으로 교체했다. 신형 어선은 첨단장비를 포함해 척당 건조 비용이 300억원에 달한다. 진향찬 동원산업 경영지원실 파트장은 “신형 어선은 같은 조건에서 구형보다 1.5~2배가량 어획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해외 M&A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동원산업이 2008년 지분 100%를 사들인 미국 참치 통조림 제조사 스타키스트의 영업이익은 인수 당시 2600만달러에서 작년 8600만달러(약 968억원)까지 늘었다. 인수 전 2900명이던 인력을 1900명까지 감축하고 공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동원산업은 스타키스트에 이어 2011년 아프리카 최대 수산캔 업체인 세네갈의 SNCDS도 인수했다. 이곳을 통해 유럽과 남미의 참치캔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진 파트장은 “올해도 꾸준히 인수 매물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산업 주가는 아직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의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1.32배로 같은 그룹의 식음료업체 동원F&B(1.56배)보다 낮다.

다만 올해 말 라니냐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동원산업에 위험요소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태평양 한가운데 바닷물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라니냐가 일어나면 참치가 깊은 바다로 이동해 어획량이 줄어들 수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