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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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굴기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관련주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바로 악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중국의 주도권 뺏기 강도는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초대형 투자로 수혜가 예상되는 일부 장비·소재업체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차이나스타(CSOT)는 500억위안(약 8조5000억원)을 투자해 올해 말 11세대 LCD(액정표시장치) 공장 건설을 착공한다. 이는 11세대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2019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 BOE는 작년 말부터 10.5세대 LCD 공장을 짓고 있다. 양산 목표는 2018년 3분기며 투자 규모는 400억위안(약 6조8000억원)에 달한다.

잇단 초대형 LCD 투자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을 우려해서다.

특히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LCD를 생산하는 데 머무르고 있어 향후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오후 2시44분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전날보다 50원(0.17%) 오른 2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19일 52주 신고가(3만2350원)를 기록한 뒤 약 8.19%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원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며 "중국 업체가 2019년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서 당분간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장 실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입지도 오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을 떨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에 각각 2조원, 10조원 가량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이 연구원은 "OLED에 투자하는 만큼 뚜렷한 실적 개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LCD와 OLED 모두 중국 업체에게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OLED의 장비와 제품이 가격이 비싸 시장이 커지지 않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 2분기 기준 65인치 OLED TV와 LCD TV 평균 가격은 각각 3888달러(약 434만원), 1677달러(약 187만원)로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및 소재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초대형 투자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초대형 LCD 투자로 관련 디스플레이 장비 및 소재 업체들이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정 연구원은 신성에프에이 주성엔지니어링 DMS SK머티리얼즈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을 관련 종목으로 꼽았다.

신성에프에이는 앞서 CSOT에 8세대 LCD 장비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다른 업체들도 삼불화질소(NF3)와 식각액 등을 공급해왔다.

어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초대형 투자에 따른 수주 모멘텀(동력)이 존재한다"며 "중국에 공급 이력이 존재하는 장비 업체일수록 대규모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