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최고 수익률 0.73% 그쳐…메리츠코리아 -7.58%로 '최악'

운용 규모가 1조원이 넘어 '공룡펀드'로 불리는 대형 펀드들이 올 들어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부쩍 낮아진 수익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운용 순자산이 1조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는 모두 7개로, 이 가운데 3개만 연초 이후 플러스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플러스 수익을 올린 펀드조차도 수익률은 보잘것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익을 낸 펀드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과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다.

두 펀드 모두 수익률이 0.73%에 그쳤다.

작년에 돌풍을 일으킨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는 수익률이 -7.58%로, 7개 펀드 중 최악이었다.

이 상품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운용하는 펀드로 명성을 얻으면서 작년 한 해 동안에만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은 바 있다.

최근 1년간 들어온 돈은 9천700억원에 이른다.

'메리츠코리아'는 지난 1월에만 해도 수익률이 2%를 넘나들며 주목받았으나 최근 수익률이 수직낙하했다.

같은 일반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2.5%)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원조 공룡펀드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1.62%)와 '한국밸류10년투자'(-2.45%)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공룡펀드의 저주가 다시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룡펀드의 저주란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넘으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일종의 징크스를 뜻한다.

펀드 규모가 커지는 데 비해 담을 수 있는 종목은 한정돼 있어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올해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이들 대형 펀드가 같은 유형의 펀드 수익률을 대부분 웃도는 성과를 낸 만큼 아직은 단기 수익률 부진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는 않다.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의 유형별 수익률을 보면 올 들어 수익을 올린 것은 배당주식형 펀드(0.28%) 하나에 불과할 만큼 펀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한국펀드평가 관계자는 "공룡펀드의 수익률이 기대 이하이기는 하지만 7개 중 5개가 유형별 펀드의 평균치보다는 높은 성과를 냈다"며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덩치가 큰 펀드에서만큼은 대체로 오버퍼포밍(시장수익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는 올 들어 0.73%의 수익률을 냈는데 중소형주식 유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3.02%)를 기록했다.

이들 7개 공룡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상품은 '신영밸류고배당'(267억1천600만원)이다.

자금 유출 규모가 가장 큰 펀드는 '교보악사파워인덱스'로, 약 2천270억원이 빠져나갔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