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이 홍콩증시 급락에 손실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의 헤지 물량이 증시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항셍중국기업지수(항셍H지수)는 전날 4% 이상 폭락하며 8,015.44까지 떨어졌다.

장중 한때 지수는 8,000선을 밑돈 7,915.17까지 밀렸다.

H지수는 연초 이후 17% 하락했다.

FT는 ELS를 판 은행들은 주가가 녹인 베리어(Knock-in barrier·원금손실구간)에 가까워지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헤지하기 위해 더 많은 선물을 팔아야 한다며 이는 H지수에 (하락)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윌리엄 챈 아시아·태평양 파생상품 리서치 부장은 "헤징 수요는 선물시장에 일부분이다"라면서도 "그러나 현 주가 수준에서 해당 상품의 헤징은 앞으로 며칠간 매도세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손실 구간은 대부분 7,800선 근처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했다.

씨티그룹의 모하메드 아파브하이 아시아 트레이딩 부장은 "지수가 그 수준으로 도달하고, 손실이 분명해질 때까지 시장은 반등하더라도 계속 매도세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챈 부장은 많은 상품의 녹인 구간이 은행들의 선물 포지션 축소를 촉발할 8,000선에 있다며 "시장이 이 수준보다 낮아지면 하락세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BOA-메릴린치가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H지수와 연계된 한국의 관련 파생상품의 규모가 약 340억달러(41조원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당국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아시아 지역에서 구조화 상품의 규모가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한국은 관련 수치를 공개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전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해당 ELS는 H지수가 특정 구간 대에 진입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BOA-메릴린치의 윌리엄 챈 부장은 H지수가 7,000~8,000인 구간에서는 136억달러(16조4천억원)어치가, 지수가 6,000~7,000인 데서는 168억달러(20조3천억원)어치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