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갑론을박] 삼성물산, 4분기 순순실에도 주가 반등했는데…올해도 해외 수주 부진 VS 지배구조 개편 핵심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V자 곡선을 그리며 반등하고 있다. 해외 수주 부진 우려로 지난주 초 1년 신저가(5만1900원)까지 추락했지만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후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와 달리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 것은 긍정적이지만 5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은 ‘어닝쇼크(실적 충격)’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반된 내용이 담긴 실적 발표 탓에 지난해로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된 것인지, 올해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수주 부진, 불확실성 확대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5.02% 상승한 5만86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핵심 종목으로 꼽히면서 작년 6월 7만88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하락을 거듭했다. 당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8위에서 현재 27위로 밀려났다. 7개월간 증발한 시가총액 규모만 3조원에 이른다.

올 들어서도 하락하던 주가는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할 것이라는 기대에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등을 시작했다. 1982억원의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 1888억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이 540억원에 달했다.

실적 발표 후 11개 증권사가 일제히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삼성물산의 불확실성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며 “4분기 충당금 등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규모를 넘어선 비용이 발생한 것이 불확실성을 키운 직접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단순히 일회성 요인으로 순손실이 발생했다곤 하지만 올해도 건설시장 업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신규 수주 불확실성이 크고 해외 플랜트나 토목 부문의 마진율 개선도 어려운 만큼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계열사 보유 지분 가치 부각

실적 불안 우려를 깔끔히 지우진 못했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오히려 12.7% 올랐다. 대규모 외국인 순매수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삼성물산을 1771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달 16일 이후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에 올려놓았다. NH투자증권, 동부증권 등은 삼성물산의 목표가를 8만원으로 유지했다.

시공관리 분야에서의 뛰어난 경쟁력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가치에 주목,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다고 본 것이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수주 감소로 건설부문 매출은 둔화하겠지만 보유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비롯해 삼성SDS(17.08%) 제일기획(12.64%) 삼성엔지니어링(7.81%) 제일모직(1.48%) 등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 올해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추진하면 다시 주목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가총액은 9조원가량으로 영업가치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준”이라며 “보유 주식 중 상장 지분 가치만 12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