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우리은행, 무모한 투자로 거액 손실"
황 회장 "안타깝다..심사숙고 후 대처"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본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가 확정됐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이런 중징계는 처음으로, 황 회장의 대응과 거취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어 금융감독원이 상정한 황 회장 징계 안건을 심의해 원안대로 의결했다.

금감원은 지난 3일 개최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황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제재를 결정했다.

우리은행장 재임 당시의 경영 책임을 묻는 징계이기 때문에 황 회장은 KB지주 회장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향후 임원 선임의 제한 규정에 걸려 연임은 못하게 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따르면 황 회장의 우리은행장 재임 기간인 2005~2007년에 우리은행은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4천만달러를 투자했고 이중 1조5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액 중 1조2천억원은 황 회장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황 회장이 당시 우리은행의 자산증대 목표를 이사회가 정한 목표보다 10.5~17.7% 높게 잡았고 별도의 지시를 통해 유동성이나 안정성이 취약한 CDO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사실상 지시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의 특성을 간과한 무모한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초래했다"며 "우리은행 리스크관리심의회가 CDO와 CDS 투자에 대해 사전 심의 절차를 폐지할 때 보고를 받고도 관련 법규의 위배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는 등 위험 관리와 내부통제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금융위의 이번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지만, 전례를 볼 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이 징계를 수용할지, 법적 대응에 나설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회장은 금융위의 징계 확정 이후 "입장을 소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수용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융위 결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우리은행의 일부 영업정지(3개월) 안건도 심의했지만 국내 은행의 대외 신뢰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예금자 혼란 등을 들어 영업정지 대신 기관경고만 하기로 결정했다.

또 우리은행이 위험관리와 내부통제제도의 개선 방안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금융당국과 맺도록 했다.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서는 자회사인 우리은행에 대한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이 계열 금융사에 대한 신용공여 때 담보확보 의무를 어긴 행위에 대해 과징금 5억9천400만원을,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때 이사회 결의 의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 과태료로 3천750만원을 부과했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이뤄진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관련 임직원 46명이 면직이나 감봉, 견책 등의 징계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