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수시 퇴출에 거래정지…투자자 '혼란'
올해부터 코스닥시장에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입되면서 퇴출기업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해 갑작스럽게 퇴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실질심사 대상이 된 기업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는 데다 최근 거래소가 퇴출시키기로 한 기업이 거래소의 결정에 반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을 법원에서 받아들여 상장폐지가 되는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해 투자자들이 크게 헷갈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정착하려면 투자자들이 퇴출 내지 거래정지 전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 경보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질심사 퇴출기업 급증

상장폐지 실질심사란 매출이나 영업수지 등 양적 재무지표가 상장폐지 출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횡령 등으로 질적인 측면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심사를 통해 퇴출시킬 수 있게 한 제도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적 퇴출사유를 해소한 기업은 상장폐지를 모면했지만 올해부터는 사유를 없앴더라도 실질심사 대상으로 정해질 수 있고,그 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통상 퇴출은 회계법인들이 한 해 재무제표를 심사하는 5월 말~6월 초 감사 시즌에 이뤄졌지만 올 2월부터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연중 수시로 퇴출이 가능해졌다.

26일 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사이버패스의 퇴출이 결정됨에 따라 올 상반기 퇴출이 확정된 코스닥기업은 총 40개사에 달한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퇴출된 23개사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실질심사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들 퇴출기업 가운데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된 곳은 11개사에 달한다. 22개사가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20개사가 절차를 끝낸 결과 이같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경영개선을 조건으로 회생한 붕주 등 2개사를 포함, 8개사가 상장을 유지하게 됐다. 테스텍 등 3개사는 상장위원회의 퇴출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절차 복잡해 투자자들에게 혼선

하지만 심사 절차가 너무 복잡해 퇴출 · 회생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유무선 통신업체인 네오리소스가 대표적이다. 거래소는 지난 3월 말 이 회사에 대해 자본잠식 회피에 따른 실질심사를 거쳐 이달 4일 최종 퇴출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이 회사 측의 상장폐지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바람에 절차가 중단된 것은 물론 주식거래도 재개됐다. 그러나 거래소가 이어 2008년 사업보고서에서 매출액 과대계상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는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면서 다시 실질심사 대상에 올려 거래가 중단돼 투자자들에게 큰 혼선을 주고 있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자본잠식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몰랐다가 법원 판결 이후 분식문제를 발견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선 네오리소스의 생사에 대해 알 수 없다는 혼선이 빚어졌다.

거래소는 지난 24일 와이브로 장치를 만드는 씨모텍에 대해 "파생상품 손실 과소계상을 이유로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거래를 정지시켰다가 2시간여 만에 "실질심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거래정지를 해제한다"고 밝히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씨모텍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 손실을 안고 있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770억원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한 기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원래 씨모텍은 실질심사 대상 여부조차 판단할 근거가 없었지만 증권선물위원회의 발표를 잘못 이해해 실질심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주주는 "그동안 실질심사 도마에 오른 기업들 대부분이 퇴출돼 무선카드 업체로 국제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씨모텍마저 상장폐지되는 것이냐"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전경보제'도입 등 보완책 시급

전문가들은 실질심사 절차가 너무 급작스럽고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한 기업은 실질심사위원회로 넘겨지고 여기서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해당 기업의 이의신청을 거쳐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에서 최종심의가 다시 이뤄진다. 상장위원회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들은 마지막으로 법정소송에 나서게 된다.

특히 주식 거래정지는 실질심사 해당 여부를 가리는 초기 단계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관련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낭패를 볼 수 있다. 때로는 해당기업이 증자에 성공하거나 주가가 크게 오른 후 갑작스럽게 퇴출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는 상반기 실질심사 퇴출 사례를 정리해 투자자들에게 홍보한다는 계획이지만 보다 구체적인 보완책이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이 '지뢰밭'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퇴출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전 경보기능을 추가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혜정/조진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