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환율이 점차 하향세를 보인 뒤 하반기에는 달러당 1150~1250원에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환율이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는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가운데 국내 은행과 기업들의 외화 수급 사정이 개선되고 경상수지도 꾸준히 흑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약해지고 있다.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의 10개 은행이 총 746억달러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됐지만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이다.

국내 은행의 외화 사정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 2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3개월 이내 외화유동성 비율은 106%로 금융감독원의 지도 기준인 85%를 넘은 것은 물론 지난해 말의 98.9%보다 7.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6월 말의 101.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잔존만기 3개월 이내의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의 외화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이 100%가 넘는다는 것은 외화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많다는 뜻이다.

경상수지는 지난 1월 16억4000만달러 적자에서 2월 35억6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뒤 3월에는 66억5000만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4월에도 경상수지가 3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도 2124억달러로 한 달 새 61억달러 증가해 안정감을 더해 주고 있다. 김병돈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부장은 "경상수지 흑자로 환율은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이 늘어나면서 환율 하락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1~2개월 내에는 환율이 일시적으로 1300원까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동반 강세를 보인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에 가까워졌고 원 · 달러 환율이 1주일 사이 급락세를 보인 만큼 일시적으로 튀어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최근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분석해 보면 추가 상승 여력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와 환율이 서로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에 따라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