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이 1조달러 규모의 금융부실자산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게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이어 2월 내구재 주문과 신규주택판매 실적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뒤를 받치고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보태졌습니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양대 기관차인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바닥신호를 보냈다고 시장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기자는 좀 엉뚱한 데서 바닥신호를 읽었습니다. 금융사들이 주주총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기로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철회하는 모습에서 하락장의 뒷모습을 느꼈습니다. 지난주 신한금융지주는 라응찬 회장 등 총 107명이 61만4735주의 스톡옵션을 전량 반납하기로 했고,KB금융지주도 경영진이 2009년도분 성과연동주식을 모두 반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은행권 안팎에서 희망퇴직과 대졸 초임 삭감 등 고통분담이 진행 중인 가운데 경영진에 대해 과도한 성과보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때문입니다.

사실 스톡옵션 철회 파동은 월가에서 시작됐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보험회사 AIG가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며 미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자 미 의회가 부랴부랴 제재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하원은 50억달러 넘는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면 90%까지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법을 통과시켰고,상원은 보너스의 70%를 세금으로 물리는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랑스 3위 은행으로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소시에테제네랄의 경영진이 여론의 비난과 정부의 압박 속에 스톡옵션을 반납키로 했습니다.

일부에선 보너스 삭감과 스톡옵션 반납 등이 마녀사냥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발톱을 세우고 있기도 하죠.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가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그렇지 않은 회사가 분위기에 편승해 스톡옵션을 철회하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스톡옵션은 미래에 나타날 성과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인센티브입니다. 과거에 벌어진 문제가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에 장애물이 된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보너스와 스톱옵션 논란이 거세지는 사이 주가는 소리 소문 없이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월스트리트건 우리나라에서건 금융사 임직원이 글로벌 금융 쓰나미의 '희생양'으로 낙인찍히면서 시장은 반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