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유동화되지 못하고 머니마켓펀드(MMF)에 몰리면서 갈 곳을 잃고 있다. 유동성 보강에도 불확실한 국내외 변수 등으로 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증시는 실제적인 유동성 공급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부동화된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시중의 부동자금은 2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 부동자금처인 MMF설정액은 21일 현재 109조440억원으로 110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22일 기준으로 10조원을 웃돌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적인 수급 개선 효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국의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구제 금융안 발표가 잇따르면서 실질잉여유동성도 증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지금 시장을 대하는 투자자들에게 있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유동성에 대한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중앙정부에서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뿌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나마 거처를 정하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서 연구원은 "실제로 시장에 보다 긍정적인 수급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MMF나 채권형 펀드가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야 한다"며 "풍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시중 유동성은 금리상품으로 몰려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까지 금리가 더 낮아질 수 있고 금리 스프레드가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동화된 자금이 유동화되기 위해서는 금리가 낮아져야 하는데 금리의 하락은 기회비용, 요구수익률 등과 같은 주식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줄여주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은 금리상품 매력이 남아 있어 당장 유동성 랠리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서 연구원은 진단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기후퇴기의 유동성 증가는 금융장세의 시작을 암시하면서 바닥이라는 심리적 기대감을 갖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며 "현 수준의 낮은 금리로 안전자산에만 돈을 묶어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살아나면서 시장은 점차 변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실물적인 의미에서 유동성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기회복과 실질통화량 증가라는 굵직한 재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랜 침묵을 깨고 위험자산선호가 재부각되고 있다는 시그널만으로도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나라 한화증권 연구원은 "금융 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 확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