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통상 호재로 인식되는 우회상장의 약발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과거 우회상장 발표와 함께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했지만 최근엔 오히려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코스닥시장에서 제넥셀은 하한가인 35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저가까지 떨어졌다. 지난 15일 장 마감 후 장외기업 크라제인터내셔날이 제넥셀을 260억원에 인수한 후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후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크라제인터내셔날은 토종 수제 햄버거 체인 '크라제버거'를 운영하는 회사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출 93억원에 영업이익 5800만원을 기록했다. 크라제버거는 전국에 영업망을 늘려가며 성장 중이지만 시장에선 바이오업체인 제넥셀에 햄버거 회사가 우회상장하는 것에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제넥셀의 사례는 우회상장과 함께 통상 이뤄지는 증자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없고 10 대 1 감자를 발표하면서 실망매물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게임회사 드래곤플라이도 직상장을 포기하고 코스닥기업 위고글로벌을 통해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초 우회상장 가능성이 비쳐지면서 위고글로벌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31% 급락한 985원에 머물고 있다. 장외 바이오 대장주로 꼽히던 차바이오텍도 디오스텍을 통해 우회상장을 감행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내달 4일부터 우회상장 요건이 신규 상장에 준할 정도로 대폭 강화되지만 이처럼 우회상장이 시장에서 큰 조명을 받지 못해 장외기업들의 고민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아 웬만한 장외업체로는 우회상장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며 "장외기업들이 가능한 한 우회상장 요건이 강화되는 2월 이전에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장 상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