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디지털방송수신기)업계는 올해 불경기와 저가제품 유입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으로 고생을 겪었다. 내년에도 올해보다는 다소 진정되겠지만 가격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중국과 대만업체들의 저가제품 공세도 만만치 않아 내년에도 큰 폭의 실적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다만 휴맥스와 같은 대형사와 이엠테크닉스처럼 니치마켓(틈새시장)에 주력하는 업체는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차별화된 3분기 실적=휴맥스는 3분기 누적 순이익(3백42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52.7% 줄었다. 유럽과 중동지역 매출이 경기불황과 저가제품 급증으로 33%와 54% 줄었기 때문이다. 한단정보통신과 현대디지탈테크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87.4%와 69.5%나 줄었다. 반면 이엠테크닉스는 3분기 누적 순이익(64억원)이 작년 동기보다 41.0% 늘었다. 방송사에 대한 매출비중이 거의 없고 소매영업에 집중하는 등 니치마켓에 주력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기륭전자는 디지털위성라디오 부문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순이익(38억원)이 2백47.9% 증가했다. ◆내년에도 양극화 전망=셋톱박스 업황은 내년에도 밝은 편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고 중국이나 대만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영용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셋톱박스 수요가 급증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노근창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올해보다 하락률은 둔화되겠지만 내년에도 가격하락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휴맥스처럼 방송사 매출 비중이 큰 회사와 이엠테크닉스같이 니치마켓에 주력하는 회사는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면 올해보다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연구위원은 휴맥스의 내년 매출(4천4백91억원)과 순이익(5백21억원)이 올해보다 23.6%와 5.7%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한화증권은 이엠테크닉스의 내년 매출(9백93억원)과 순이익(1백18억원)이 올해보다 24.9%와 19.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륭전자는 디지털위성라디오 사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순이익(58억원)이 흑자전환되고 내년 순이익(1백35억원)은 올해보다 1백33.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단정보통신과 현대디지탈테크는 실적 개선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봤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