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1대주주가 된 크레스트 시큐리티스는 자본금이 1백98억원인 소규모 펀드인 것으로 드러났다. 크레스트는 보름여 만에 자신의 자본금보다 7배나 많은 1천3백79억원어치의 SK㈜ 주식을 매집했다. 전문가들이 차익을 겨냥한 단순투자라기보다는 투기적인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크레스트는 지난 11일 오후 금융감독원에 낸 정정보고(일반투자자-주식 등의 대량보유·변동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자본금은 지난 10일 밝힌 1천9백3억원이 아니라 1백98억원이라고 밝혔다. 하루새 자본금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크레스트는 또 SK 지분 12.39%를 취득하는 데 투입한 자금도 당초 신고한 1천7백21억원이 아니라 1천3백79억원이라고 정정했다. 크레스트의 자본금이 2백억원을 밑도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SK주식 매입자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3월 26일부터 지난 9일까지 SK 주식매입에 들어간 자금이 1천3백79억원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대주주 등을 통해 사전에 자금을 동원한 뒤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분매입 과정에서 SK 주가가 계속 치솟아 매입부담이 커졌음에도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끼지 않고 단독으로 짧은 기간동안 거액을 동원한 대목도 석연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법상 일정기준 이상의 주식변동과 보유상황은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지만 보고자의 자본금이나 주식매수단가 등은 권장사항"이라면서 "그러나 자본금 정정 신고에서 금액차이가 너무 많아 단순실수인지 여부는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