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출자총액한도를 넘어선 기업들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리자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일단 즉각적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계산 방식의 문제점 등을 들어 이의신청을 낼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줄기차게 출자총액제한 규제 폐지를 주장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투자를 활성화해야 할 정부가 어느 나라에도 없는 규제로 기업들의 손발을 묶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기업들의 의결권을 제한한 이번 조치에 대해 조심스레 위헌론을 제기하는 등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반발하는 재계 기업들은 공정위 조치가 그동안 정부 스스로 밝혀온 규제 완화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이미 결합재무제표작성 의무화와 대표소송제 요건 완화 등으로 경영투명성을 감시할 장치들이 마련돼 있는 터에 출자총액제한은 2중 규제가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주채권은행들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통해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등 기업들의 불요불급한 투자를 견제할 장치가 충분하다는 것. 물론 해당 기업들은 이런 불만을 공개적으로 내뱉지는 못하고 있다. 법이 정한 한도를 초과한 것이 사실인데다 정부와의 관계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8개 기업이 제재조치를 받게 된 SK그룹측은 SK(주)등이 SK텔레콤에 출자한 것을 비관련업종에 대한 출자로 보는 시각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그룹 주력업종이 에너지와 정보통신인만큼 정부가 전향적으로 해석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부그룹측은 "이미 초과한도분을 해소해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의신청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헌논란 빚는 의결권 제한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출자했다는 이유로 주식 의결권이 제한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의결권 제한을 추진할 당시부터 이 부분은 위헌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공정위는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을 해당 기업들이 직접 선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으로 인한 시비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제재를 받은 9개 그룹의 의결권제한 보유주식이 2조9천억원에 달하는데다 주식에 대한 의결권 자체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투자자율 침해론 확산 공정위의 제재조치는 여러차례 예고된 것이긴 하지만 출자총액제한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발표된 것이어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이 최근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전세계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제도인데다 정부 내에서도 과도한 규제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증권 집단소송제는 꼭 도입해야 하지만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기본적으로 없어져야 하는 제도"라고 말했고 강봉균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도 "기업집단 지정과 출자총액제한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재경부는 특히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기업들의 투자를 총량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필요한 설비투자마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비판해왔다. 지난 6월과 7월 연속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 위반으로 기업들을 제재,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의 출자행태와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기업 그룹의 과도한 출자를 계속 억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승윤·권영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