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기준 재계8위인 한진그룹의 핵분열이 시작됐다.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남호 부회장측이 먼저 계열분리 방안을 만들었다. 지난해말 오너 일가들이 계열 분리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지난 5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통한 계열분리 방침을 재확인한데 따른 것이다. 재계는 당초 한진그룹의 분할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관측했었다. 한진의 지배구조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지주회사격인 대한항공의 계열사 지분도 처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계열사간 수조원에 달하는 상호 지급보증도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 한진중공업 조기 분리될듯 =한진중공업은 그동안 조기 계열분리를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남호 부회장이 2000년부터 장내에서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당초 3.12%였던 지분을 2001년말 4.01%, 2002년 2월 4.22%로 늘린데 이어 지난 5월에는 4.66%까지 불렸다. 한진중공업은 또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 지분 20.9%를 사들이기 위해 세부 방안도 마련했다. 한진중공업과 조 부회장측이 보유중인 (주)한진 정석기업 지분 등을 내놓고 이것도 모자라면 현금을 동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진중공업은 또 한진해운 관할 아래 있는 거양해운 지분(48.3%)과 한진해운이 갖고 있는 중공업 지분(4.6%)도 맞교환 대상으로 올려놓았다. 이 때문에 한진중공업은 조기 계열분리에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항공측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제의를 받지는 못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한진중공업과 1 대 1로 협의할지 아니면 한진해운 등 형제 소그룹들과 연계해 종합적인 분리 방안을 마련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 한진해운 분리는 불투명 =조중훈 회장의 셋째 아들 조수호 부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의 조기 계열분리는 한진중공업과 달리 상당한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한진해운은 조 부회장이 개인 지분 7.9%를 갖고 있을 뿐 나머지 내부 지분은 조양호 회장측의 대한항공(12.5%)과 (주)한진(7.4%)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내부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조양호 회장측과 바꿀 만한 '물건'이 별로 없는 것이 고민이다. 한진해운은 거양해운(48.6%) 세나토라인(80.0%)의 대주주이지만 이들 회사는 해운 관련 회사로 떼어놓을 수가 없다. 내놓을 만한 계열사 주식도 별로 없고 직접 매입에 필요한 현금 여력도 부족한 상태다. 한진해운측은 이 때문에 표면적으로 계열 분리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오너 분들이 알아서 처리할 사안"이라며 "지금처럼 책임경영 체제가 확립돼 있다면 굳이 지분 정리를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국내 1위의 선사이고 일단 최대주주가 조양호 회장측인 만큼 계열 분리가 지연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미묘한 기류가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조일훈.김홍열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