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SK텔레콤에 삼성도 정통부도 당했다' 18일 마감한 정부의 KT보유 지분(28.37%) 청약에 SK텔레콤이 당초 부정적인 입장과 달리 전략투자자(0.5% 이상 청약)에 배정된 5% 주식을 모두 청약, 정보통신부와 삼성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줄기차게 "KT주식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 KT주식 매입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반복, 연막을 펴왔다. 더욱이 SK텔레콤은 청약을 며칠 앞두고는 KT에 찾아가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정통부와 KT는 SK텔레콤의 청약 참여를 이끌어내느라 전전긍긍했었다. SK텔레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KT를 삼성에 넘기려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따가운 의혹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기 때문에 SK텔레콤의 참여는 절실했다. 그러나 정작 18일 청약이 마감된후 뚜겅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SK텔레콤이 해도 너무 많이 한 것이다. 예상을 깬 SK텔레콤의 '돌출행동'은 가공할만한 파장을 가져왔다. 우선 SK텔레콤이 주식 청약 지분의 배를 배정받을수 있는 교환사채(EB)를 포함할 경우 10% 이상의 지분 확보가 가능해 단번에 KT의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 것. 가뜩이나 무선통신사업의 지배주주로 `쏠림현상'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KT의 1대주주로서 KT에 대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둘째로 SK텔레콤에 대해 견제를 하면서 안전한 투자수익을 보장받고 동시에 KT인수를 위한 전초기지 마련을 위해 KT지분 확보에 나서려했던 삼성이 이번 KT지분 매입 경쟁에서 완전히 탈락한 것. 삼성전자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삼성생명과 삼성투신 등 금융 계열사들로 1%를 청약, 2%의 EB를 확보함으로써 3% 지분 매입자에게 부여되는 KT의 사외이사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전략투자자에 배정된 5%(EB 제외)를 단독으로 모두 청약, 전략투자자간의 안분배정이 실시되며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청약한 삼성은 다른 전략투자자에 순위가 밀려 단 1주도 KT주식을 못받게 됐다. LG전자도 1% 주식을 청약, EB 2%를 합쳐 모두 3%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사외이사추천권을 가지려했지만 같은 이유로 3% 지분확보가 불가능해 사외이사추천을 얻을수 없게됐다. 누구보다도 당혹스러운 곳은 정통부. 정통부는 당초 삼성, LG, SK텔레콤 등 3자가 EB를 포함 5% 이하의 지분을 매입, 서로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황금분할을 통해 KT의 소유와 경영을 확실하게 분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수포로 돌아가게됐다. 정통부는 이번 SK텔레콤의 `돌출행동'에 당혹감 못지않게 일종의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그동안 계속해서 부정적인 정보를 증권시장에 흘려 다른 전략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렸었다"며 "SK텔레콤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질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