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에 꾸준히 유입된 경기회복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면서 선취매성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 경기회복 신호는 지난해 말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이 바닥을 시사한 뒤에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힘을 받았다. 또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광고경기실사지수(ASI) 등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다. 올해 증시의 최대 화두인 경기모멘텀이 연초부터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개선된 투자심리, 풍부한 유동성과 더불어 레벨업을 주도하고 있다. 4일 증시는 심리, 수급, 펀더멘털의 융화에도 불구하고 단기 조정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기대감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선반영된 부분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가격부담과 기술적 과열 신호를 단숨에 뚫고 올라가기엔 벅차 보인다. "보유는 별문제가 없지만 추격매수는 부담스럽다"는 한 증시관계자의 말처럼, 단기적으로는 추가 상승시 고가 매도로 대응하되 조정이 발생할 경우에는 주도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가담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 호재 만발, 주가가 최대 악재 = 3일 증시는 국내외에서 흘러든 다양한 호재가 어우러진 가운데 지난 연말 이후의 상승세를 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급등에 따른 경계감이 만만치 않아 추가 상승이 쉽지만은 않음을 내비쳤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71포인트, 0.37% 높은 727.66에 거래를 마치며 16개월중 최고 수준을 한 단계 높였고 코스닥지수는 74.49로 0.02포인트, 0.03% 상승했다. 뉴욕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강세에 힘입어 2002년을 오름세로 출발한 가운데 반도체 현물 가격 급등, 세계 반도체판매 증가 등 최근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관련 호재가 이어졌다. 또 미국 공급관리기구(ISM, 옛 NAPM) 제조업지수가 기대 이상으로 상승하고 국내에서는 전경련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두 달 연속 100을 넘으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북돋웠다. 이밖에 달러/원, 달러/엔 환율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환율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778억원, 655억원을 순매수하며 에너지를 공급, 강세를 연장했다. 이날 차익 매물을 원활하게 소화하면서도 강세를 지속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갖가지 호재는 연초 효과와 기대감 등으로 엿새간 13% 가까이 급등하며 반영된 데다 이격도, 투자심리도 등 각종 기술적 지표가 과열 신호를 내고 있어 부담스럽다. 증시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상승 기조에는 이상이 없으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종목에 대해선 상승시마다 현금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반도체, 금융, 내수우량주 등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되겠다. ◆ 경기, 진척도에 따라 = 경기회복 기대감의 현실화 여부가 증시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경기회복은 각종 선후행 지표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반도체 동향으로 가늠할 수 있다. 11월 산업생산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9% 증가하면서 촉발된 국내 경기회복의 현실화 가능성은 선행성 심리지표인 전경련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한국광고주협회의 광고경기실사지수(ASI) 등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커지고 있다. 이날 전경련은 매출액 순 600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1월 BSI가 105.1을 기록,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지난 연말 한국광고주협회가 3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2002년 연간 광고비 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 122로 나와 광고 전망을 밝게 했다. 반도체 전망은 최근 급격히 좋아졌다. 한국의 주력제품인 128SD램은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이날 오전까지 9일 연속 강세를 보이며 50% 이상 급등, 제조원가 수준인 3달러선을 회복했다. 이같은 급등세와 재고 감소, 구조조정 등으로 고정거래가격이 인상되고 이는 다시 현물가격 급등세로 연결된다는 선순환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 재고량과 가격 추세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의 경우 이르면 1/4분기중에 반도체부문이 흑자로 돌아서고 하이닉스도 3/4분기 이후엔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수출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잇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기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부담이다. 미국에서도 소비자신뢰지수, ISM 제조업지수가 기대 이상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 기대감은 현실화 정도가 강한 유통, 음식료, 건설, 금융, 제지, 운수장비, 광고 등 내수관련주에 표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과 투자가 뚜렷한 회복 징후를 보이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경기민감주에 대한 접근은 좀 더 미뤄도 무방하다. 반도체 관련주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추세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삼성전자와 신세계가 가격 부담으로 하락했듯이 이들 종목에 대한 주가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강세장에서는 신고가를 낸 종목?더 탄력을 받은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