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추가 지원안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3조원의 출자전환 등 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실제 실행까진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출자전환에 대해 외국인투자자 등 주주들이 동의할지, 투신사들이 회사채 만기연장에 참여할지 여부 등이 모두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하이닉스반도체도 23일 채권단의 신규 지원 없는 출자전환 방침에 대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 지원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 해외 투자자 동의할까 =가장 큰 고비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은행권이 부채 3조원을 시가(최근 주가 1천6백원 정도)로 출자전환하면 나중에 감자(減資.자본금 감축)가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시가 출자전환을 하면 현재 10억주가 넘는 하이닉스의 주식 수는 29억주로 불어나고 5조원인 납입자본금은 14조원을 넘는다. 주식물량이 지나치게 많아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감자를 피할 수 없다. 때문에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출자전환에 동의할지 불확실하다. 특히 지난 6월 초 외자유치 때 외국인투자자들은 하이닉스 GDR(해외주식예탁증서)를 주당 3천1백원에 샀다. 한데 불과 3개월 만에 채권단이 그 절반인 주당 1천6백원에 출자전환을 하려는 걸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하이닉스도 "감자를 수반한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출자전환은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또 출자전환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감자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출자전환은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해 외국인투자자들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 ◇ 투신권 참여할까 =외환은행은 23일 투신사 사장단과 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1조2천억원을 3년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투신권은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투신사들은 하이닉스 회사채의 경우 신속인수제를 통해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데 만기연장 요청을 받아들일리 없다. 투신사 고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대우채 법정소송에 져서 문제가 큰데 하이닉스 회사채를 금리도 깎아서 전액 무보증으로 차환발행해 달라는 요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달 14일부터 발효될 구조조정촉진 특별법에 따라 채권단 지원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당장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투신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시장 신뢰 얻을까 =설령 채권단 추가지원이 어렵사리 합의되더라도 신규 지원 없는 출자전환과 회사채 만기연장만으로 하이닉스 회생에 대해 시장에 믿음을 심어줄지는 미지수다. 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은 "신규 자금지원 없는 채무조정은 의미가 없다"며 "채권단 지원방안은 하이닉스의 회생이 아니라 연명을 위해 시간을 버는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차병석.김성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