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환율이 달러/엔 환율에 크게 좌우되면서 1,300원 고지에 성큼 다가섰다.

외환시장에서는 다음주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전망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달러/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달러/엔 환율 외에 다른 재료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엔 따라잡기''(One factor & dealing)가 최근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고정된 거래패턴으로 자리잡았다.

달러/엔 환율은 △ 19일 일본의 제로금리 복귀 여부 △ 20일 미국의 금리인하 및 금리인하폭 결정, 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변수가 어떻게 될 지에 따라 움직임이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엔화약세는 거스를 수 없다는 게 시장의 대세다. 일본 경제를 침체에서 꺼낼 수 있는 해결방안은 거의 없다. 엔화약세를 통한 수출증대를 경제 회생의 단초로 삼으려는 일본 정책당국 입장에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갈 길도 어느정도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상승기조가 유지되면서 1,300원을 육박할 전망이고, 점차 당국의 개입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당국의 개입강도와 상승속도에 대한 인식이 아래쪽 환율범위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거래범위는 급등락 가능성을 품은 가운데 1,280∼1,320원으로 넓게 전망된다.

·환율상승요인 : 달러/엔 상승세 지속, 미국 및 국내증시 약세, 역외 및 업체수요 및 가수요
·환율하락요인 : 당국 개입, 고점인식 네고물량 출회,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유입

◆ 달러/원 환율 1,300원 고지 ''눈앞''

이번주 달러/원 환율은 1,300원을 눈앞에 두고 마감됐다. 지난 16일 1,292.30원에 마감, 지난 1998년 11월 18일(1,294.50원) 이후 28개월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주 환율 고점은 1,294.50원, 저점은 1,269.30원으로 한 주간 변동폭이 25.20원에 달했다. 장중 이전 고점(1,293원)을 뛰어넘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도 이번주 123.03엔으로 마감했다. 뉴욕 장중 한 때 지난 9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123.16엔까지 상승, 다음주 상승기대감을 북돋았다.

다음주 달러/원 환율은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당국의 개입여부와 강도가 환율 수준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관계자들은 다음주 전망에 대해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상승기조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아래쪽 얼마에서 지지되는 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환율이 이전 수치를 속속 뛰어넘는 것 자체가 시장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철저하게 달러/엔 환율에 연동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미 금리인하, 미-일 정상회담 결과 등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엔저''에 대한 미-일 정상간의 합의가 있을 것이란 소식도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1,300원은 심리적 저항선일 뿐 전망치보다 더 높게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1,300원을 상향돌파하면 저항선이 없다"면서 "가수요나 투기적 수요가 붙을 경우 추가상승까지 충분히 점칠 수 있다"고 말했다.

◆ 달러/엔 환율변동이 미치는 영향

이번주 달러/엔 환율이 1엔씩 오를 때마다 달러/원은 거의 10원 가량 상승했다.

ING베어링증권은 달러/원 환율 전망은 무역수지 흑자와 물가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로 ''일본에 물어보라(Ask Japan)''고 했다. 달러/엔 환율만이 달러/원 환율의 결정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베어링증권은 "만약 달러/엔 환율이 130엔대로 가면 달러/원 환율을 1,375원까지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DKW)증권도 일본경기 회복이 내년까지도 여려울 것이란 것을 전제로 올해와 내년 환율 전망치를 연말기준으로 각각 1,350원과 1,475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종전에는 1,300원과 1,385원이었다.

DKW는 올해 일본 경기가 바닥을 치지 못하고 미국 경기가 내년중 회복될 것이란 전망으로 엔화약세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9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세계경제회복을 위해 ''엔저 유도'' 등 양국 협조를 강화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3개월내 125엔 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일부에서는 올해말 140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럴 경우 달러/원 환율도 동반 상승이 불가피하다.

또 달러/엔 상승은 일본 금융권의 대출금 조기회수로 이어져 동남아지역에 직격탄을 날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125엔 위로 갈 경우, 중국 위안화절하 문제가 재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동남아 지역 등지에 넓게 퍼진 화교상권이 위험을 느끼게 되면 중국 정부도 이를 방관하고 있을 순 없다.

지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달러/엔 환율이 140엔을 넘어섰을 때 중국은 위안화 절하가능성을 제기, 달러/엔을 하락반전시킨 바 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달러/엔 환율의 125엔 등정 여부에 따라 시장을 다시 봐야한다"면서 "120엔대에서 머물 것인지 130∼140엔대로 향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한 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환율수준에 대한 당국인식 관건

외환당국은 지난 16일 "엔화약세에 따른 원화의 동반절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구두개입을 통해 최근 엔화에 동조한 환율급등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2월말부터 엔화 영향권에 본격 편입돼 보름가량 3.5%나 오른 달러/원 환율상승세가 다소 지나치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2월말에는 1,250.8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당국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원화 가치하락 기울기가 엔화에 비해 완만한 상태에서 무리한 개입을 통해 환율상승을 막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마감가 기준으로 엔화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지난해말 4.8% 떨어진 데 비해 원화가치 하락은 0.8%에 그치고 있다.

또 정부나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하더라도 상승속도를 제한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미세조정)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엔/원 비율이 10.53∼10.54배로 줄어 수출에 부담이 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한국경제가 현재 수출에 회복의 ''단초''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입해 수출경쟁력을 갉아먹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도 "당국이 위쪽을 막으면 저가인식 수요가 생겨 역효과가 생긴다"면서 "개입을 자제해 양방향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