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환 교수, TV드라마속 반기업 정서 불식 해법 제시

흔히 `재벌'로 불리는 국내 대기업들은 TV드라마 속에 어떤 모습으로 투영됐을까.

우리나라 TV드라마 40년사에 그려진 재벌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서민의 안방을 점령하고 있는 드라마가 국민 의식 속에 고착화한 반(反)기업 정서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용인송담대학 방송영상학부 오명환 교수는 10일 한국광고주협회가 소비자단체장을 초청해 개최한 간담회에서 `TV드라마에 나타난 반(反)기업 정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그러한 현상을 진단하고 해법을 내놨다.

보고서는 조선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경주 `최부잣집 6가훈(家訓)'을 예로 들며 기업주(오너)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 경제 정의 실천 의지를 기업 이미지 개선의 관건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드라마는 가끔 재벌을 매력적으로, 오너를 칠전팔기의 자수성가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사례는 드물다.

재벌은 다큐멘터리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부정적인 설정이 대부분이다.

소득 분배를 둘러싼 경제 질서가 파행되고 정경유착 등 갈등이 표출한 1980년대 들어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 기업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반기업 정서도 이에 비례해 가속화했다.

드라마는 대기업에는 거의 비판적이고, 소기업에는 우호적이다.

보고서는 시청자의 재벌에 대한 감성적 패러디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고 했다.

잇몸 치료제 광고 문안이기도 한 이 말은 보통 시청자가 드라마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드라마가 재벌을 `씹고 뜯어주면' 시청자는 `맛보고 즐긴다'는 설명이다.

드라마에서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3인의 주역은 재벌 당사자와 부인, 2세다.

회장님은 `자만'의 화신이고, 사모님은 `교만'하고, 아드님은 `거만'하게 나온다.

실제로도 흔한 인기 연예인과 재벌 2세의 스캔들은 재벌에 대한 냉소적인 이미지를 가속화시킨다.

오너의 무죄판결이나 병보석, 사면, 복권은 재벌의 특권처럼 간주돼 `보통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더한다.

`무전유죄(無錢有罪)'를 반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에게 각인된 반기업 정서는 어떻게 불식시켜야 할까.

`내부 절제, 외부 배려'의 정신이 깃든 최부잣집 6가훈을 재벌들은 새길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최부잣집 가훈중에 첫번째인 `과거는 보되, 진사(進士) 이상의 벼슬을 하지 않는다'는 재벌들에게 정치권과의 밀착 방지, 권력과의 유착 고리 근절을 가르친다.

`재물은 모으되 만석 이상은 집에 들이지 않는다'는 독과점 자제와 매점매석 절제를 의미하고, `찾아오는 과객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후하게 대접한다'는 고객 제일주의, 소비자 우선주의의 서비스 정신을 요구한다.

`흉년에는 절대로 땅을 사지 않는다'는 한탕주의와 투기금지, 폭리자제를 권고하고 `가문에 시집온 새색시에겐 3년간 무명옷을 입힌다'는 근면 절약의 습관을 들이고 자만과 오만함을 방지할 것을 주문한다.

또 `집을 중심하여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다'는 사회 환원과 기업 윤리 실천,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 의식을 실행해야 할 책임을 맡긴다.

보고서는 이밖에 기업들이 내부 구성원의 자긍심과 결속력을 다지는 등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해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대기업일수록 제품 광고보다는 공익성이 있는 이미지 광고에 비중을 둘 것 등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