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의 액션배우 리롄제(李蓮杰)는 건재했다. 할리우드영화 "로미오 머스트 다이"에서 컴퓨터그래픽에 가리워졌던 그의 액션이 신작 "키스 오브 드래곤"에서 다시 빛을 발한다. "레옹"의 뤽베송 감독과 리롄제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레옹"과 "정무문"의 교점을 지향한 액션물이다. 청룽(成龍)의 코믹액션류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 영화에선 피가 튀고 목이 꺾이며 수류탄에 몸이 반토막나는 장면이 예사로 나온다. 리롄제는 스턴트없이 우슈의 정점을 연기하면서 "몸의 미학"을 한껏 과시한다. 그의 배역은 중국경찰 류. 그는 중국계 국제마약왕을 체포하기 위해 프랑스에 파견되나 현지의 부패경찰 리처드 일행과 대결하면서 살인누명을 쓴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호텔 주방과 세탁소,침실,선상,경찰서 등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액션이 긴장을 극대화한다. 리롄제는 당구공을 발로 차 적의 얼굴을 박살내고 단 한대의 침으로 상대를 숨지게 만들기도 한다. 제명 "키스오브 드래곤"은 바로 일침필살의 급소를 뜻한다. 침술과 무술을 섞은 액션은 이채롭다. 빠른 편집은 무술의 매력을 배가시켰고,핸드핼드 카메라로 찍은 장면들은 액션의 힘을 극대화한다. 장쾌한 액션 장면들은 스토리라인의 엉성함을 커버해 준다. 뤽베송식 설정들도 눈에 띈다. 악의 원천이 경찰이며 프랑스깃발로 상대방을 내리쳐 부서지는 모습은 프랑스사회의 총체적 부패상을 폭로한다. 창녀와 딸을 보호하기 위해 리롄제가 위험에 맞서는 대목은 "레옹"에서 장르노가 마띨다를 보호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연출은 신인감독 크리스 나혼이 맡았다. 리차드역은 체키 카리오,창녀"제시카"역은 브리짓 폰다가 열연했다. 23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