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서 잘 팔린다더니…車 부품사들 '신기록' 행진
자동차 섀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 화신은 올해 상반기 매출 9230억원, 영업이익 55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5%, 영업이익은 67.3% 증가했다. 두 지표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핵심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영향으로 섀시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화신의 현대차그룹 내 섀시 점유율은 56%에 달한다.

국내 완성차 대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이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23일 중소기업중앙회 산하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 상장된 자동차 부품업체 85곳의 매출은 43조4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3.4% 늘어난 1조983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4.6%로 1년 전 2.7% 대비 1.9% 포인트 늘어났다.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이 조합이 2018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자동차용 스마트키 시스템과 통합전자제어장치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모베이스전자는 2023년 연간 실적 눈높이 상향을 검토 중이다. 완성차 시장이 호황을 보인 덕분에 부품 수요가 당초 기대보다 늘어난 덕분이다. 그 영향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1년 전 대비 86.8% 불어났다. 매출은 10.9% 증가한 467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종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김상영 모베이스전자 대표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해도 지금까진 분위기가 좋다"며 "소재 수급만 더 잘 된다면 올해는 작년을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 위치한 에스엘은 상반기 매출 2조4651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2.4%, 영업이익은 99.4% 늘어났다. 역시 두 지표 모두 반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핵심 고객인 현대차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수요가 급증한 게 배경이다. 램프는 에스엘 전체 매출의 약 81%를 차지한다.

에스엘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에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며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지배력이 올라갈수록 대기업 성장이 중견·중소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낙수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증권은 에스엘이 올해 연간 매출 4조9260억원, 영업이익 4070억원을 올려 실적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인포테인먼트 전문기업 모트렉스도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 매출은 2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9억원에서 328억원으로 64.8% 뛰었다. 올해 연간 매출 6793억, 영업이익 757억원을 거둘 것으로 신한투자증권은 내다봤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한 게 핵심 원동력이다. 상반기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6% 급증한 357억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 수준인 2014년 상반기(252억 달러)를 100억 달러 이상 웃도는 규모다. 자동차 부품 품목까지 합산하면 수출액은 473억 달러로 늘어난다.

하반기에도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407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 대를 넘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220만 대를 기록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차와 하이브리드차 및 전기차 등 환경 친화적인 차량 인기가 예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상반기보다는 못할 수 있지만 하반기에도 전년 대비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파업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7차 교섭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간 현대차 노사는 정년 연장 문제로 대립해왔다.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최장 만 64세로 연장하자고 요구하는 반면 회사 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오는 2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근/최형창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