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1위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의 패널 거래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BOE와 특허를 놓고 신경전이 격화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BOE 패널 물량 공백을 LG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메운다는 계산이다.

삼성, 中 BOE와 OLED 전쟁…LGD와 '패널동맹' 강화한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 및 일본 샤프, 대만 AUO 등과 TV용 LCD(액정표시장치) 거래 물량을 늘리기 위해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BOE로부터 패널 조달을 줄이기로 하고 대체 공급망을 물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TV용 LCD 패널의 10.9%를 BOE에서 조달했다.

삼성전자가 BOE와의 거래를 줄이는 것은 최근 진행된 소송전과 관련이 있다. BOE는 지난 5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를 특허 침해 혐의로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제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자신들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기술을 베꼈다는 이유에서다. BOE는 “특허를 침해한 삼성디스플레이 OLED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유통해 BOE 이익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삼성전자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BOE가 자사 디스플레이 특허 5종을 무단 도용한 것을 확인하고 소송을 준비하는 와중에 일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 미국 텍사스주 동부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BOE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손실을 각오하고 삼성전자와 소송전을 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송전은 OLED 패권 경쟁과도 맞물린다. OLED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삼성의 발목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1분기 세계 OLED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7%로 1위다. 이어 BOE(21%), LG디스플레이(11%) 등 순이다.

BOE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간 ‘패널 동맹’이 한층 단단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최근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대형 OLED를 조달한 데 이어 LCD 거래 물량도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