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누누티비 무차별 확산…속수무책 [정지은의 산업노트]
티비위키, 티비몬, 티비핫, 비비티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와 비슷한 사이트가 수백 개로 늘었다. 콘텐츠를 복제해 공짜로 풀고, 광고 수익을 챙기는 수법이 누누티비와 같다. 불법 사이트가 등장하면 사이트 주소(URL)를 차단하는 방식으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막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제 콘텐츠 판매상까지 등장

제2의 누누티비 무차별 확산…속수무책 [정지은의 산업노트]
12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두 달 사이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급격히 늘었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콘텐츠가 많은 곳, 최신 영화나 드라마가 빠르게 업로드되는 곳, 추억의 애니메이션이 많은 곳 등 특화 분야를 내세우는 곳들도 등장했다.

각 사이트엔 최신 영화 ‘범죄도시3’는 물론 하루 전 방영한 TV 드라마, 예능까지 없는 콘텐츠가 없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은 “불법행위가 점차 국제화·지능화되면서 콘텐츠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창궐하는 것은 ‘해외에 서버를 두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누누티비 폐쇄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사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사례는 1310건이 넘는다. 하지만 운영자의 신원을 파악하거나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한 건도 없다.

누누티비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URL을 변경하는 방식을 썼다. 모방 사이트들도 누누티비의 운영 방식을 따라 하고 있다. OTT를 통해 영상을 수집하고, 해외에서 콘텐츠 저장 서버와 불법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웹서버를 확보한 뒤 사이트를 개설하는 식이다. URL 폐쇄에 대비해 미리 다수의 연관 도메인을 구입해 놓는다는 점도 똑같다. 방심위가 접속을 차단하면 다른 도메인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불법 콘텐츠를 확보해놓는 ‘DB(데이터베이스) 판매상’까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속수무책…피해 ‘눈덩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개설 자체에 대한 기술적인 제재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방심위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문제 사이트를 발견하면 URL을 차단하는 식으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곧장 대체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실효성이 높지 않다.

업계에선 사이트 운영자를 찾기 힘들다면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한 불법 광고라도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나 불법 정보 유통과 관련한 범죄는 지급정지 등의 방법을 통한 범죄수익금 환수가 불가능하다.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전기통신을 이용한 사기 범죄에만 지급정지를 허용하고 있어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저작권 침해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며 “한국도 보다 강력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