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설비 기술 직군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일하는 ‘주말 전담제’ 도입을 추진한다. 주 3일제가 도입되면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첫 사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최근 설비 직군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지에서 주말 전담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이와 함께 주말 전담제 도입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찬반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법정공휴일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평일은 쉬는 주 3일제를 검토 중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등 주말을 포함한 4일을 근무하고 3일을 쉬는 주 4일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주 3일제보다 근무일이 많은 대신 하루 근무 시간을 소폭 줄인 선택지다.

정확한 근무 체계는 시범 운영한 뒤 결정한다. 삼성전자는 일부 부서에서 지원자를 받아 주말 전담제를 시험할 것으로 전해졌다. 설비 기술 엔지니어는 반도체 제조 설비를 점검하고 개조하는 등의 역할을 맡은 인력으로 현장 근무가 잦고 업무 시간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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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직군 대상 주말전담제…시범운영·설문조사 거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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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일 근무를 골자로 하는 주말 전담제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근무 체계다. 지금까지는 자율근무제를 바탕으로 한 주 5일제를 유지해왔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0년 초 육아 등으로 주 5일 근무가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 것 외엔 주 5일제를 벗어난 적이 없다.

주말 전담제는 낮은 연차 설비 엔지니어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 5일제보다 업무를 쉬는 휴일이 이틀이나 늘어나는 만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보될 것이란 기대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주말 전담제가 안착한다면 평일(3교대)과 주말(2교대)로 설비 엔지니어들의 교대 근무가 세분될 전망이다. 주말 근무가 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직원들의 반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보다 높아진 설비 직군의 위상도 삼성전자가 주말 전담제를 꺼내든 배경이다. 과거 이 회사의 설비 직군은 반도체 설비 메인터넌스(단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고졸·초대졸 직원을 뜻하는 말이었다. 메모리·파운드리·반도체연구소·TSP총괄 등 각 반도체 사업부에서 고도화된 장비가 도입된 수년 전부터 대졸 직원 채용이 본격화됐다. 최근엔 DS(반도체) 부문 신입 사원의 절반 안팎이 설비 직군일 정도로 대졸 직원이 늘어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 설비 직군은 낮은 연차 직원을 중심으로 연이은 이탈로 애를 먹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생산 라인에 배치돼 교대·주말 근무를 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설비 엔지니어(F직군) 신입이 오피스(사무실) 근무하기 위해선 최소 5~10년은 현장에서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사와의 근무 여건 차이를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설비 분야 대졸 신입사원 대부분을 현장이 아닌 오피스로 배치한다.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직군을 별도로 선발한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전체 엔지니어에게 주 4일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말 전담제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고졸 직원은 생산 현장으로 전담시키고, 대졸 직원은 오피스 근무에 집중하는 ‘서스테인(sustain) 전담제’를 테스트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