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380원에 득템" 입소문에 불티…불황에 대박 터진 곳 [박종관의 유통관통]
1030세대의 소비문화가 '플렉스'(과시 소비)에서 '짠물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냉각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다. 1030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소비 채널인 편의점에서는 '불황형 소비' 패턴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춘 상품과 할인 마케팅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도시락 '구독 쿠폰' 불티

11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초저가 자체브랜드(PB) '득템시리즈'의 올 3분기 매출은 글로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분기에 비해 3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득템시리즈는 CU의 PB인 '헤이루' 상품 중에서도 가격을 더 낮춰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맞춘 특별 기획 상품군이다.

CU는 지난해 하반기 득템시리즈를 선보이면서 '대형마트에 견줄 만한 가격 경쟁력'을 목표로 잡았다. 유통단계와 광고비를 줄이고, 마진도 최소화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라면을 380원, 즉석밥을 1080원에 선보이는 등 편의점에서 구매 수요가 높은 주요 20여 종의 상품을 업계 최저가로 맞췄다.

일반 제조사브랜드(NB) 제품보다 저렴한 득템시리즈 상품들은 물가 급등으로 신음하던 젊은 1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득템시리즈 김치는 같은 용량의 NB 김치 제품보다 올 3분기 판매량이 55.9% 높았다. 즉석밥 역시 NB 제품과 비교해 매출이 32.1% 더 높았다.

구독 쿠폰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구독 쿠폰은 소비자가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한 달에 정해진 횟수만큼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다.

4500원짜리 도시락 기준 한 달에 다섯 번만 사 먹어도 구독료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식사를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도시락 구독 쿠폰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1+1' 상품도 똑똑하게 사는 2030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편의점의 주요 할인 마케팅 수단인 '1+1'과 '2+1' 행사를 부담스러워하는 1인 가구 소비자를 영리하게 공략하고 있다. '우리동네GS' 앱을 통해서다.

이 앱을 이용하면 행사 기간에 '1+1' 상품을 사면 한 개는 바로 가져가고, 나머지 한 개는 앱 보관함에 쿠폰 형태로 보관했다가 원하는 때 수령할 수 있다. 보관한 상품을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동네GS 앱을 이용하는 할인 마케팅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우리동네GS의 보관함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의 64.2%는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GS25 입장에선 '1+1' 상품을 두 번에 걸쳐 받아 가면 소비자가 매장을 찾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마케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는 1030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각 편의점들도 PB 상품 구색과 할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주력 상품의 경우 대형마트 가격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따라잡았다"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