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정원을 최대 3만 명(약 7%) 감축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실제 공공기관들의 정원 감축 계획은 1%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들의 경영혁신 계획이 정부가 강조하는 ‘뼈를 깎는 자구안’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까지 국회에 접수된 108개 공공기관의 경영 혁신안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관은 올 6월 말 현재 총정원이 24만131명인데, 이를 향후 23만6421명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줄어드는 정원은 총 3710명으로 현 정원 대비 1.5%다.

기획재정부는 7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현원을 초과한 정원을 줄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공기관 현원은 3월 말 기준 41만4610명이지만 정원은 44만8276명에 달했다. 기재부 방침대로면 정원 감축 규모가 3만 명대(7.5%)가 돼야 한다. 기재부 내에선 기관별 사정을 감안해도 1%대 감축은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1%대 감축을 계획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재 정원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공기관별로 보면 올해 영업적자만 30조원대로 예상되는 한국전력은 2만3728명인 정원을 2만3468명으로 260명(1.1%)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난해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땅투기로 논란을 일으켰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정원을 8715명에서 8579명으로 136명(1.6%) 줄이겠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아예 6월 말 정원 1만2821명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국정과제 수행과 중대재해처벌법 기준 충족 등을 이유로 정원 감축 대신 인력 재배치를 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오히려 159명 증원 방안을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략물자관리원,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등도 정원을 현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6월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E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정원을 3만1071명에서 3만758명으로 1%(313명)만 줄이겠다고 했다.

이들 108개 기관의 정원 감축안은 비대해진 현 정원을 2020년 말(23만6720명) 수준으로 돌리겠다는 정도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기관 정원은 30% 넘게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초반인 2018~2019년 각각 10%가량 증가했고, 2020년에도 전년 대비 3.6% 늘었다. 2021년부터는 그나마 증가세가 주춤했는데, 공공기관들은 당시 정원 급증은 외면한 채 소폭 조정만 계획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공공기관은 경영혁신안에서 정원 감축 달성 시점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기관은 3~5년 이후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현재 공공기관이 제출한 혁신안 수준의 정원 감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런 식이면 공공기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소관 부처가 어디냐에 따라 제출한 정원 감축 규모가 크게 차이 나고,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일부 공공기관에 추가 감축을 주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병욱/이유정/곽용희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