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이 없다"…중소 제조업 현장 '쇼크'

불황때 배달·택배로 숙련공 이탈
수주랠리 일감 있어도 복귀 안해
"납기일 맞추려 전세기라도 띄워
외국인 근로자 데려오고 싶다"

불법체류자라도 써야 할 판
코로나로 외인 인력 공급도 부족
귀한몸 되자 "귀국하겠다" 협박
경남 통영에 있는 한 선박 블록 제작업체의 근로자가 주말인 29일 출근해 밀린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휴일도 없이 일하고는 있지만 도장이나 용접 같은 현장 근로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납기 지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영=김해연  기자

경남 통영에 있는 한 선박 블록 제작업체의 근로자가 주말인 29일 출근해 밀린 용접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휴일도 없이 일하고는 있지만 도장이나 용접 같은 현장 근로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납기 지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영=김해연 기자

경북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 B사는 최근 수주한 물량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인력 중개업체를 통해 일당 15만원을 주고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썼다. B사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구할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 불법체류자라도 없었으면 인근 산업단지 내 대부분 공장이 셧다운됐을 것”이라고 했다. 창문 셔터를 제조하는 C사 사장은 최근 공장에서 삭발한 채 태업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들은 같이 입국한 동료들이 다른 회사에서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있으니, 자신들 월급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월급을 더 주지 않으면 귀국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유일한 대안은 외국인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月 300만원 줘도 안와…돈 더 달라 태업도"

중소기업 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청년들의 수도권 선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히면서 만성화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고용시장의 83%(1744만 명)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내국인만으론 필요 인력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 현장 인력난이 ‘쇼크’ 상태까지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57만 개에 달하는 국내 중소 제조업은 작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야근 잔업수당이 사라진 데다 지난 2년간 외국인 근로자 공급마저 막혀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했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최근 3년 새 6만 명가량 급감했다. 대부분이 제조업체 근로자다. 특히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금형 표면처리 단조 등 뿌리기업은 전체 근로자 55만 명 중 약 10%인 5만3000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다만 지난달 코로나19가 누그러지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이달 6000명까지 늘었다. 작년 월평균 입국자 수(800명)를 크게 웃돈다. 월 입국자 수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4000~5000명대)을 회복했다. 하지만 당장 인력 수급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교육을 통해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최소 몇 달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특별 전세기라도 띄워 한꺼번에 인력을 데려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몸값 높아진 외국인 근로자
중소 제조업 중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분야로는 조선업이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작년부터 이어진 수주 랠리로 3년치에 달하는 일감을 확보했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선박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용접과 도장 등을 맡을 협력업체 근로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국내 숙련공들은 조선업 불황 시기에 대부분 현장을 떠났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택배, 배달 같은 새 일자리가 많이 생긴 데다 상당수 숙련공이 삼성 반도체공장 등 육상부문으로 대거 빠져나갔다”고 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수주절벽’으로 조선업 평균 급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대폭 낮아져 현장을 떠난 인력이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유일한 대안은 외국인 근로자다. 정부는 지난달 조선업 관련 용접공·도장공·전기공학·플랜트공학기술자 등 4개 직종에 대한 전문취업(E-7)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했다. 외국인 근로자 규모를 국내 7개 조선사의 335개 사내협력업체 기준 내국인 근로자 총원의 20%까지 확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 몸값이 계속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경남 창원에서 선박 기자재를 생산하는 D사 사장은 “경력이 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귀한 몸이 돼 월 300만원을 준다고 해도 안 온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가 도맡았던 금속가공, 재활용 처리 등 일명 ‘3D 직종’에도 비상이 걸렸다. 몸값 인상 흐름 속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창고 정리 등 비교적 수월한 직종으로 연쇄 이동하면서 3D 직종에 인력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숙련기술을 지닌 외국인 근로자 도입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내국인으로 대체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김해연/강경민/안대규 기자 haykim@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